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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4472658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2-08-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간병을 시작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 9
1장 아픔을 받아들이는 시간
저, 이혼하려구요 · 21
‘셋째 아이’를 맞기 위한 또 다른 시작 · 25
첫 만남의 설렘을 가슴에 묻고 · 28
이미 치매는 진행되고 있었다 · 31
우리 집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정말 화목해요 · 35
가족 문제가 괴로운 진짜 이유 · 40
Tip 합가와 분가 · 45
2장 온 가족이 아팠던 시간
부산에서 짐이 올라오다 · 49
집 나간 셋째 아이 · 53
독한 약과 순해지는 어머님 · 57
잊히는 기억 속에서의 마지막 싸움 · 62
이불 속에서 신발이 나오다 · 67
내 안의 미움받을 용기 · 70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시간 · 75
Tip 간병 가족의 마음을 지키는 법 · 80
3장 함께 극복하는 시간
매일 밤 달빛 아래 데이트 · 85
눈길, 손길마다 마음 담는 연습 · 90
이름, 그 아름다움 · 95
엄마 품처럼 포근한 곳이 어디 있을까 · 100
요양원에 입소하던 날 · 103
주인 잃은 집 · 107
요양원에 면회 가던 날 · 113
Tip 가정 돌봄과 요양원 입소 · 118
4장 누구나 함께 대비하는 시간
간병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법 · 123
좋은 요양보호사는 어떤 분일까? · 128
좋은 주간보호센터는 어떤 곳일까? · 134
형제 중에 누가 모셔야 할까? · 139
요양원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준비물 · 146
CCTV는 간병의 필수품이다 · 149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좋았을 간병을 시작하는 마음 · 152
Tip 간병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법 · 156
5장 달빛마저 응원하는 시간
아프리카 여행에서 얻은 것 · 161
치매가 나에게 알려준 것 · 165
20년 전에 미리 받은 효행상 · 171
죽음을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 · 176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필요한 것 · 181
마흔 살, 이제 내 인생을 살고 싶어 · 184
영국까지 따라온 소개팅남 · 188
Tip 치매 간병을 시작하는 가족을 위한 십계명 · 193
에필로그/누구에게나 돌봄 받는 시간이 찾아온다 · 195
저자소개
책속에서
온 세상이 맑고 평온해 보이는데, 우리 집 위에만 먹구름이 낀 건 아닐까 싶어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얼굴만 쳐다봤다. 울상을 짓고 싶지 않은데, 속에선 자꾸만 눈물이 났었다.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가족 안에서도 사랑을 많이 주는 쪽이 손해 보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팽팽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조금도 상처받고 싶지 않았고, 작은 먼지도 묻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긴 터널 같던 시간을 통과하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마다 조용히 휴지를 건네주던 딱 한 사람이 늘 그 자리마다 있었기 때문이다. 꼭 그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무너지는 마음에 휴지를 건네줄 딱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울면서 하는 말을 다 들어주고, 눈빛으로 위로를 건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머님을 돌보면서 기억이 남아 있는 마지막 순간에 인간이 어떤 모습인지 미리 볼 수 있었다. 사랑을 품은 인간이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면서, 하나라도 더 움켜쥐려고 노력하던 것들이 끝에 가서는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간다는 것을 본 것이다. 마치 인생이라는 시험의 모범답안을 미리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사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었다. 어머님은 내게 사랑을 가르쳐주셨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도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셨다.
잘 사는 법은 결국 잘 사랑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나처럼 불평 많던 사람조차 할 수 있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보고 듣는 것, 안고 쓰다듬는 것, 함께 걷는 것처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손을 겹치는 일, 마음을 포개는 일이 사랑이었다. 나는 그걸 몰랐다.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줄 알고, 나는 못 한다고 생각했었다.
가정사를 펼쳐놓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나의 허물을 보임으로써 적어도 딱 한 가정이라도 살아나는 곳이 있다면 나의 경험도 그렇게 쓸모없이 숨겨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돌봄 받는 시간이 찾아온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듬뿍 담아 사랑을 주자. 자신이 만든 사랑법은 세상에 단 한 송이뿐인 소중한 꽃이고, 그 꽃의 향기는 결국 베푸는 사람의 삶을 가득 채우는 것은 물론 세상에 진동하게 될 것이다.
부디 독자들의 마음에도 글자 하나하나가 품은 치유와 성장의 기운이 잘 도착하길 바라고, 각 가정에 평안과 위로가 번질 수 있길 빈다.
<프롤로그 & 에필로그 중에서>
가족의 병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우리의 마음이 같이 아파지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때에는 아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게 가족들도 아픔을 겪으면서 환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생겨난 것 같아서 이것도 당연한 과정이구나 싶어졌다.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아파지는 가족이 생긴다. 당시에는 내가 가장 마음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더 아픈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장, 아픔을 받아들이는 시간)
겪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피할 곳이 없었다. 가족이 아닌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국가의 도움으로 돌봄 지원을 받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 모든 연결고리는 가족의 손으로 말끔하게 이어붙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생에서 맺음과 풀어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2장, 온 가족이 아팠던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