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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456533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13
눈의 침묵 … 19
관계의 전염성 … 89
원형 감옥 … 146
봄 꽃 … 214
에필로그 … 27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은 과거사 캐내기를 좋아하지.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어떻게 나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 과거와 결합된 현재가 개인적인 삶의 형태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로는 불충분해. 소문만으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 내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고 나는 지금 이곳에 있어. 그렇다면 이게 나일까? 내가 나라면, 어딘가에는 내가 아닌 나도 있지 않을까?”
영미는 이전에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파괴되었음을 느꼈다. 이런 세계가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니. 숨 막힐 듯 진부한 일상 속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새끼 노루의 시신은 심오하고 야릇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죽음에 대한 삶의 우월성보다 더 원초적인 것은 없으며 인간들이 세운 화려한 기술과 진보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유리는 천천히, 보라는 듯 당당하게 옷을 벗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아랫부분을 가린 채, 미소 지었다. 그것은 불가사의할 만큼 충격적인 미소였다. 너무 미묘해서 해석하기 어려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미소였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짓궂음이 묻어 있었다. 또한 그 미소에는 어떤 흥분이 엿보였다. 성적 흥분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모호한 어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