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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4746803
· 쪽수 : 21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지만 적군의 소리가 들리거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기병들은 말의 목에 기대고 칼을 앞으로 빼어 든 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나는 탑손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첫 번째 포탄이 탑손과 나 사이에 떨어지고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전투가 시작되었다. 주위의 군인들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말들이 두려움과 고통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치켜들었다. 포탄이 터질 때마다 지진이 나는 것처럼 땅이 솟구쳐 오르면서 말과 기병 들이 허공으로 내팽개쳐졌다. 포탄이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하지만 기병대는 언덕 꼭대기에 있는 철망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고 나도 그들과 함께 달렸다.
“고마워, 친구.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나를 구해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어제 이걸 발견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주인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지.”
병사는 말을 마치고 팔을 쭉 뻗어 내 목에 진흙투성이 장식 띠를 매 주었다. 띠 끝에는 철십자 훈장이 매달려 있었다.
“네 친구하고 나눠 가져야 할 거야. 너희 둘 다 영국에서 왔다지. 틀림없이 이번 전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철십자 훈장을 받는 말이 될 거야.”
병원 천막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상병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박수 소리가 메아리쳤다. 천막 안에 있던 의사, 간호사, 환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게 이상했는지 밖으로 뛰어나왔다.
“에밀리가 너희를 위해 기도했어. 우리 손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너희를 위해 기도한 것 알아? 에밀리가 기도하는 걸 들었지. 에밀리는 전쟁이 일어나고 일주일 뒤에 죽은 엄마 아빠를 위해 기도했어. 폭탄 한 방에 모든 게 끝나 버렸지. 또 다시는 못 만나게 된 오빠를 위해서도 기도했어. 에밀리의 오빠는 열일곱 살이었고, 묘지도 없어. 에밀리와 내 마음속에만 살아 있지. 그러고 나서 나를 위해 기도했고, 전쟁이 우리 농장을 빗겨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마지막으로 너희를 위해 두 가지 기도를 더 했어. 먼저, 너희가 전쟁에서 살아남아 오래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그렇게 된다면 너희와 함께 있고 싶다고 기도했지. 에밀리는 겨우 열세 살인데 방에 누워 있어. 내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 채 말이야. 독일군 의사가 말하길 폐렴에 걸렸대. 독일인이지만 정말 훌륭한 의사야. 의사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하느님 손에 달렸어. 지금까지 하느님은 우리 가족한테 별로 축복을 내리지 않았어. 에밀리가 죽는다면 내 인생에 남아 있는 유일한 불빛이 꺼지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