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부부의 귀엣말

1장 추락하는 여자
2장 무범칙 남자
3장 '아내'의 시간과 일
4장 '남편'의 시간과 일
5장 귀엣말
6장 가지 않은 길

아내는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다. 남편은 텔레비전과 신문을 거의 보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다. 그 세상이 아내를 슬프게 하고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그리고 아내를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욕을 내뱉게도 했다. 아내는 흥분을 자주 했고, 신문에서 배운 욕을 그대로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귀엣말로 들었다. 거실이나 주방의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도 아내의 입에다 귀를 얼른 가져다가 대는 것을 철저하게 지켰다.
"이 정도의 자유는 있잖아? 민주주의 한다는데." 라는 말도 귀로 받았다. 받고 나서는,
"자유, 민주주의, 고거 믿지 말어!"라는 귀엣말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본문 10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