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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6041531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2-12-10
책 소개
목차
1. 빈집의 모험
2. 노우드의 건축업자
3. 춤추는 인형
4. 혼자 자전거 타는 사람
5. 프라이어리 학교
6. 블랙 피터
7.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
8. 여섯 개의 나폴레옹 상
9. 세 학생
10. 금테 코안경
11. 스리쿼터백 실종 사건
12. 애비 농장 저택
13. 제2의 얼룩
책속에서
나는 파크 레인 427번지를 조사했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집은 낮은 목책이 붙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높이는 1.5미터도 되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듯했다. 짚고 올라갈 만한 배수관이나 그와 비슷한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날렵한 사람이라도 오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욱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켄싱턴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서재에 들어간 지 5분도 되지 않아 하녀가 들어오더니 손님이 찾아와서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손님을 안으로 들이고 보니 놀랍게도 조금 전에 부딪친 늙은 애서가였다. 백발 사이로 쭈글쭈글하지만 날카로운 얼굴이 엿보였고 적어도 열 몇 권은 됨직한 희귀한 책들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놀랐나 보군요.”
노인이 묘하게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아서 말이지. 선생 뒤를 따라 걸어왔는데 그만 당신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뭐요. 그래서 잠깐 들러서 친절한 분을 만나 뵙고 아까 내 태도가 무례했더라도 결코 나쁜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소. 그리고 책을 주워 줘서 고맙다는 말도 드려야겠고.”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대단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알고 계시죠?”
내가 물었다.
“나도 이 근처에서 살고 있소이다. 처치 가 모퉁이에서 조그만 책방을 운영하고 있으니 시간이 나면 한번 놀러 오시구려. 선생도 책을 모으시는 것 같은데, 여기 《영국의 새》, 《캐툴러스 시집》, 《성스러운 전쟁》이 있소. 전부 싸게 드릴 수 있다오. 앞으로 다섯 권만 더 있으면 저 두 번째 칸도 꽉 찰 거요. 지금은 이가 빠져서 보기에 영 안 좋구먼.”
나는 등 뒤에 있는 책꽂이를 향해 뒤돌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봤는데 탁자 너머에서 셜록 홈즈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다. 눈앞에 회색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사라졌고 정신을 차리자 목깃이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으며, 입술에는 쏘는 듯한 독한 브랜디 맛이 남아 있었다. 홈즈가 술병을 든 채 몸을 굽혀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로 지날 수 있는 곳은…….”
홈즈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아, 안다고! 하지만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라면 잘 뚫린 길이 아니어도 지나갈 수 있다네. 황무지에는 좁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고 그날은 보름달이 떠 있었어.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이어 헉스터블 박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교장은 모자챙에 하얀 산 모양이 찍힌 파란 크리켓 모자를 들고 있었다. 헉스터블 박사가 기쁘다는 듯이 외쳤다.
“드디어 단서를 찾아냈어요! 오, 신이시여! 드디어 아이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이건 소년의 모자입니다!”
“어디서 발견했습니까?”
“화요일까지 황무지에서 야영했던 집시들의 짐차 속에서 나왔습니다. 경찰이 이 부근에서 어슬렁거리던 집시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는데 어제 그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짐차를 조사해 봤더니 이게 나왔더랍니다.”
“아주 평범하고 고전적이지만 때로는 잘 먹히는 방법을 썼네. 오늘 아침, 박사의 집에 가서 마차 뒷바퀴에 주사기를 이용해 아니스 씨로 만든 향신료를 듬뿍 뿌려 두었다네. 개는 이 냄새를 따라서 스코틀랜드 끝까지라도 따라갈 거야. 폼피를 따돌리려면 강물이라도 건너가야 할 걸세. 아, 정말 교활한 사람이군. 지난밤에 나를 어떻게 따돌렸는지 이제 알겠어.”
폼피는 갑자기 길에서 벗어나 풀이 무성히 자란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800미터쯤 가자 그 오솔길은 다시 다른 커다란 길로 이어져 있었다. 개는 별안간 길 오른쪽으로 꺾어지더니 우리가 왔던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 길은 마을의 남쪽을 돌아서 우리의 출발점과는 반대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 때문에 일부러 멀리 돌아간 거로군. 그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물어봐도 성과가 없었던 거야. 박사는 나름대로 최선의 책략을 세워 두었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번거로운 책략을 썼는지 꼭 밝혀내고 싶군.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음을 트럼핑턴일세. 앗, 위험해! 마차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어. 왓슨, 서두르게! 까딱하면 들키겠어!”
홈즈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버티는 폼피를 질질 끌고 농장 밭으로 뛰어들었다. 산울타리 뒤로 숨자마자 마차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암스트롱 박사의 모습이 얼핏 보였는데 어깨를 늘어뜨린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것이 깊은 슬픔에 잠긴 듯했다. 홈즈의 표정도 어두워진 것으로 보아 그 역시 박사의 모습을 본 것이 분명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어두운 결말을 맞이할 것 같아. 곧 알게 되겠지. 폼피, 이리 오렴. 아, 밭 가운데 오두막이 있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