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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604155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2-12-10
책 소개
목차
1. 등나무 저택
2. 소포 상자
3. 레드 서클
4. 브루스파팅턴 호의 설계도
5. 죽어 가는 탐정
6.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 실종 사건
7. 악마의 발
8.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리뷰
책속에서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촛불을 손에 든 베인스가 여기저기를 활보하면서 말했다.
“홈즈 선생님, 이제 부엌을 봐 주시지요.”
부엌은 집의 뒤쪽에 있었는데 천장이 높고 음산해 보이는 곳이었다. 한쪽 구석에 깔아 둔 지푸라기는 요리사가 침대 대신 쓰던 것 같았다. 식탁 위에는 먹다 남긴 요리와 지저분한 접시 등 어젯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걸 보십시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베인스가 찬장 뒤쪽에 세워 둔 기묘한 물건을 촛불로 비추며 물었다. 주름투성이에 심하게 쪼그라들고 말라비틀어져 있어서 그것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없었다. 시커멓고 표면은 가죽으로 둘러싸인 것 같았는데 어딘지 난쟁이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흑인 아기의 미라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몸이 볼썽사납게 오그라든 늙은 원숭이 같기도 했다. 나중에는 인간인지 짐승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 배 둘레에는 하얀 조개껍데기를 엮은 끈 두 줄을 감아 두었다.
“이거 아주 재미있는데. 정말 흥미로워.”
홈즈는 그 기분 나쁘게 생긴 물건을 주의 깊게 살폈다.
“또 다른 것은 없습니까?”
베인스 경위는 말없이 설거지 하는 쪽으로 다가가 촛불로 그 주위를 밝혔다. 깃털이 뽑히지 않은 커다란 흰 새가 무참하게 찢긴 채 다리와 몸통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홈즈가 절단된 머리에 붙어 있는 볏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얀 수탉이로군요. 재미있습니다. 이거 정말 기묘한 사건이로군요.”
베인스는 기분 나쁜 증거품들을 남김없이 보여 주었다. 설거지하는 곳 밑에서 피가 가득 담긴 양동이를 꺼냈고, 식탁 밑에서는 검게 그을린 뼛조각이 수북하게 담긴 접시를 끄집어냈다.
“뭔가를 죽인 뒤에 불태운 겁니다. 이것은 타고 남은 것을 깡그리 긁어모은 것인데 오늘 아침에 의사에게 보여주었더니 인간의 뼈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나는 한동안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환자를 지켜보았다. 이불로 얼굴을 덮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잠이 든 모양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 안을 돌아다니며 벽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유명한 범죄자들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별생각 없이 벽난로 위 장식장 앞에 멈춰 섰다. 파이프, 담배 상자, 피하 주사기, 봉투를 뜯는 칼, 회전식 권총의 총알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위에 놓여 있었다. 그중에 작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 위로 밀어 올리는 뚜껑이 달린, 검정색과 흰색으로 된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상아 상자였다. 하도 잘 만들어졌기에 자세히 보려고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
친구가 길거리까지 들릴 만큼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렀다! 오싹한 소리를 듣자 소름이 끼치고 털끝이 곤두섰다. 뒤돌아보니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친구의 얼굴과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이 언뜻 보였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작은 상자를 들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걸 내려놔! 어서, 어서 내려놓게! 왓슨, 당장 내려놓으라고!”
내가 장식장 위에 상자를 올려놓자 홈즈는 베개 위로 머리를 힘없이 떨어뜨리고 안심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누가 내 물건을 만지는 것을 아주 싫어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내 신경을 거스르지 말게나. 견딜 수가 없어. 자네는 의사 아닌가? 그런데 환자를 정신병자로 만들려 하다니. 앉아 있게나. 제발 나를 편히 쉬게 해 주게.”
“이보시오, 셜록 홈즈 씨.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 영국 정부에서 이런 짓을 인정하면 전쟁이 일어날 거요.”
“당신네 독일 정부와 이런 짓은 어떻고?”
홈즈가 여행 가방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에게 되물었다.
“당신은 민간인에 지나지 않소. 체포영장도 없어. 이 모든 행위가 완전히 불법이고 부당한 짓이오.”
“옳으신 말씀.”
“독일 국민을 납치한 거요.”
“그리고 서류도 훔쳤지.”
“잘 아는군. 당신이며 저 공범도 자기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오. 자동차가 마을을 지날 때 내가 큰 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치면…….”
“잘 듣게. 만약 자네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이 작은 마을에 있는 여관은 ‘목 매달린 독일 놈 여관’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지도 몰라. 영국인은 참을성이 많은 편이지만 지금은 심기가 약간 불편해지고 있거든. 너무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그러니 폰 보르크, 조용히 런던경찰국까지 가자고.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 친구인 폰 헤를링 남작을 불러서,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당신이 예약된 대사관 수행원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게. 참, 왓슨. 나는 자네가 군에 복귀하는 줄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런던으로 가도 일정에 큰 지장은 없겠지? 여기 테라스로 올라오게. 앞으로 이렇게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말일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