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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6828705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4-05-24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6]
감사의 말 [7]
약어 목록 [8]
도판 목록 [11]
들어가며 [13]
1장 일생 [23]
1883~1912: 유년기, 청년기 그리고 첫 직장 [24]
1912~1917: 약진, 연애 그리고 위기 [27]
1917~1924: 병, 성찰, 늦은 행복 [31]
2장 맥락 [35]
현대 도시: 아방가르드, 대중문화, 병리학 [36]
정신분석과 세대 간 갈등 [40]
카프카의 프라하: 다문화주의, 유대주의, 시오니즘 [46]
3장 작품 [53]
초기작 [53]
「선고」와 『변신』 [75]
『실종자』 [104]
『심판』 [132]
「유형지에서」와 『시골 의사』 [163]
『성』 [196]
「어느 개의 연구」, 「굴」, 『어느 단식 광대』 [228]
4장 연구와 각색 [263]
판본과 번역 [264]
카프카 연구: 해석의 도전 [268]
영화 속 카프카: 각색의 도전 [281]
더 읽어 보기 [293]
찾아보기 [305]
책속에서
1914년 8월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카프카는 그의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독일이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였다―오후에 수영.”(1914년 8월 2일) 이 간결한 내용은 심심찮게 카프카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증거로 인용되곤 하지만, 보다 복잡한 사정을 은폐한다. 그 여름, 카프카는 자신의 삶을 급격히 바꿀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보험사를 떠나 프리랜서 작가로서 베를린이나 뮌헨으로 이사 가고 싶어 했다. 전쟁이 이 계획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었다. 군사 퍼레이드와 애국적 연설들로 인해 미루어지긴 했지만, 1916년에 카프카는 부득부득 입대하고자 애썼다. 이 계획은 카프카가 직장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그의 보험사 상사에 의해 좌절되었다. 카프카는 분노하여 심지어 사임하겠다고까지 하며 협박하였다. 펠리체에게 쓴 한 편지에서 “군인이 되는 것은 나에게 행운일 것이다”(1915년 5월 3일)라고 적었을 정도로 그는 간절했다. 카프카는 동부 유대인 피난민들과 그의 매제들 그리고 보험사로 내려온 많은 부상당한 군인들에게 직접 들어 분명히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렇게도 간절히 입대하고 싶어 했을까?
그의 일기에서, 카프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프라하의 작가들이 직면한 상황을 ‘소수민족 문학의 인물평’을 작성하며 반영했다. 그의 목록은 ‘갈등’, ‘원칙의 부재’, ‘마이너/소수자의 주제’ 그리고 ‘정치와의 연결’(1911년 12월 27일)과 같은 특징들을 포함한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1975년 그들의 카프카 연구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에서 카프카의 모델을 개발한다. 그들이 주장하듯, 주요 언어로 쓰이지만 소수적 지위에서 쓰여진 문학을 의미하는 ‘소수적인 문학’에서 심지어 가장 작은 개인적 관심사도 정치적이며 “모든 것이 집단적인 가치를 갖는다”. 카프카의 경우, 이 언어적 소수자 지위는 민족적 지위와 결합되어 있었다. 1900년 초에 프라하에 사는 대부분의 독일어 사용자들은 유대인 혈통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성장하는 민족주의의 풍토 속에서 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었고 자주 은밀한 차별 혹은 공공연한 적대감의 표적이 되었다.
『성』은 카프카가 2년 넘게 중단한 후 수행한 첫 번째 문학 프로젝트이며, 소설로 들어가는 두 다른 경로는 새로 시작하는 데 있어서 그가 겪은 어려움을 반영한다. 첫 번째 버전은 몇 페이지 후에 중단되는데, 카프카는 가로줄을 하나 긋고 나서 다시 시도한다. 두 번째 오프닝은 더 많은 서술적 가능성을 지니지만 소설이 일단 진행되고 나선 내러티브가 관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정체되며, 반복적이고 순환적이다. 『성』은 그가 추구하는 어떤 경로로도 가지 않기 때문에 결코 진정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지도 않는 주인공의, 시도된 시작들에 대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