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닮고 싶은 민들레

서문 / 첫 시집을 내면서

사랑 하나. 나는 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민들레
봄기운
풀잎
장마 꽃
느티나무
내 뜨락엔
숲 속에 바람
흔들릴 때마다
가을입니다
국화
코스모스
호두나무
겨울들녘
짝사랑

사랑 둘. 그리움의 고개를 넘어
세월의 흔적
일곱 줄기의 사랑
벼랑
나의 반쪽
호숫가에서
맑은 시냇물 되어
꽃잎 지듯이
내가 아는 남자
부부로 산다는 것
너의 머리칼에선

사랑 셋.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섬 하나
너로 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고 싶은 것은
달무리 지는 밤에
지우는 연습
가슴에 묻는 일
어떤 인연이었을까
빈 가슴 가득 채우는
네가 떠나던 날
하늘에 총총 박힌 별

사랑 넷. 오늘 하루도 거룩하다
노부부
밤바다
나의 마음속엔
얼굴
마음이 메마른 날엔
산다는 것은
가끔은
바람 따라 가다보면
자갈밭 길

사랑 다섯. 등나무에 기대어 서서
꽃잎
장미 동산
비상구를 찾다
새가 되고 싶다
자재암에서
재개발 동네
외로운 날의 독백
맑은 눈망울
빈 들판에 서서
가보지 않은 길

사랑 여섯.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빈 가슴
겨울 심장
나, 이제 흐르리라
초록빛 내일
출발선에 선 아들에게
새 희망의 노래
까맣게 잊고서
외로운 내 영혼
내소사 입구에서
벽제 화장터에서

사랑 일곱. 노을빛으로 물든 쓸쓸한 가슴
나비의 날갯짓
은행나무
달팽이
중독
지각 인생은 없다
가을 숲에서
가을 들꽃향기
그 골목길에는
갱년기
난초, 꽃 솟아오르는 구나

시평 / 홍문표 - 사랑과 희망의 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