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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069481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3-02-20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 04
1부 사친事親 일화
‘함께’와 ‘가까이’ 11
기차 여행 16
다시 애칭으로 다가서다 22
사친事親 일화 28
특별한 선물 33
아내를 위하여 38
부부의 삶을 노래하자 44
어떤 후회와 다짐 50
까마귀 별곡 56
아내의 셀카 62
사모곡思母曲 67
리마인드 웨딩 촬영 72
2부 사소한 행복
강수농운講隨農運 79
소소한 행복 86
견공 이덕二德 92
손녀를 반기며 98
시나브로 104
텃밭 일기 109
달맞이꽃 향연饗宴 114
뜻밖의 동반자 120
쑥 이야기 125
일상은 연출이다 131
발바리의 애틋한 정 136
그래, 작전 타임이야 141
3부 구원의 종소리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 149
경험의 안경 153
인동초忍冬草 159
구원의 종소리 165
수명에 대하여 171
아버지의 아홉수 177
사과와 태양 184
벌떼의 기습奇襲 190
격랑을 헤쳐 온 증인 196
희망이라는 이름의 선물 202
동유럽 성지 순례와
발칸반도 여행기 208
성경적인 부모 공경의 탐색과
적용 방안 217
4부 변화와 수용
교감 시절의 애환 227
늦깎이 교수님 232
명품 인생 237
처녀 주례 243
해맞이 248
변화와 수용 254
습관 들여다보기 258
왼손에게 기회를 264
마스크 대란大亂 269
마음 공부 275
묘지 단상斷想 281
그리움의 원천이 궁금하다 287
발문 / 배지연 293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이제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려 한다. 한 시간 만에 눈이 많이 녹아내렸다. 올라올 때 눈 풍경을 찍어 두기를 참 잘했다. 잠깐 사이에 수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타이밍 싸움이다. 내려가는 길에도 아내의 손을 잡고 가기는 어렵겠다. 양손에 스틱을 짚었고 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앞서가는 아내도 뒤처져 따라오는 남편이 있기에 퍽 안심이 될 것이다. 뒤처져 따라가는 나를 탓하지 않는 아내가 고맙다. 산행에 이력이 배어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걷는 아내가 밉지는 않다. 아마 부부는 서로의 가슴 속에 행복의 집을 지어 놓고 ‘함께’와 ‘가까이’를 넘나들며 한평생 사랑의 연緣줄을 꼭 붙잡고 가는 반려자라 생각된다.
「‘함께’와 ‘가까이’」 중에서
따지고 보면 담장 바깥은 개인 소유의 땅이 아니다. 전봇대를 기점으로 하여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모았는데 문제의 그 전봇대가 우리 집 쪽으로 세워져 있으니 내가 수용하고 넘어가는 것이 공공의 편리함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내가 없는 사이에 관행처럼 굳어진 것을 다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 서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분리수거도 철저히 이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고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언제까지 이웃으로 살지 그 누구도 모를 일이 아닌가? 아침저녁으로 얼굴 뵐 때 반갑게 인사하고 웃으면서 채소 몇 잎이라도 나누는 소소한 행복이 진정한 축복이리라. 사람을 잃지 않고 사람부터 챙기는 것이 돈이나 일을 우선하는 것보다 낫고 세상에서 제일 큰 이득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소소한 행복」 중에서
산행의 목표 지점인 정자亭子에 올라 인증 사진을 남긴다. 하산길에 중년의 여성 두 사람이 느린 걸음으로 앞서가는데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걸음을 천천히 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가자니 길이 좁고, 이야기가 시종 들리니 엿듣는 것처럼 민망하여 무척 힘들다. 그때 마침 우리 아파트로 내려가는 샛길이 나온다. 경사가 심해 기피하는 길인데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당초 계획과 달리 하산길을 바꾸었다. 그것이 남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아울러 우리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상황을 살펴서 나를 바꾸는 것이 나와 이웃에게 유익함을 알겠다. 인간의 삶은 변화를 거듭하며 마침내 완성되어 간다.
「변화와 수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