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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80973569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화석정(花石亭)
징조(徵兆)
백두산 지킴이
세상 속으로
씨름대회
노을처럼 가다
출새행(出塞行)
용호군(龍虎軍)
건원보 전투
온성의 철기군(鐵騎軍)
정쟁(政爭)
용장은 억울하게 떠나고
사향노루가 봄 산을 지나니
후회(後悔)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기이한 일이구나.’
선조가 절벽 위의 불길을 가리키며 임진별장에게 물었다.
“저 정자 이름이 무언고? 누가 불을 피웠기에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꺼지지도 않고 활활 타오르는고?”
임진별장이 읍하며 말하였다.
“저곳은 화석정이라는 정자이온데 소신도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지 못하옵니다.”
선조는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
“저것을 만든 이가 누구더냐?”
“화석정은 원래 고려 말에 길재(吉再)가 살았던 곳인데 이명신(李明晨)이 건립하고 이숙함(李淑?)이 이름을 지었다고 정기(亭記)에 쓰여 있었사옵니다. 옛날 이명신의 후손인 이율곡이 저곳을 증수하곤 자주 경치를 완상하다가 지금은 그 후손이 관리하고 있는데 오늘 같은 날 갑자기 저렇게 불이 나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옵니다.”
“이율곡?”
“네, 그렇지 않아도 전날 그 후손들이 매양 정자 기둥에 두껍게 기름칠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여 물었더니 죽은 이율곡의 명이라 하였사옵니다. 율곡이 죽은 후 한 달에 한 번씩 기름칠을 하여 그 두께가 손가락 한 치 만큼 하더니 오늘 같은 때에 불이 나 상감마마를 곤경에서 구하였으니 기이한 일이옵니다.”
선조가 세차게 비를 퍼붓는 하늘을 우두커니 올려다보다가 불타는 화석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억수 같은 빗줄기에도 꺼지지 않은 화석정의 불빛이 용안을 따라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선조의 가마 옆에서 비를 맞으며 시립하고 있던 유성룡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화석정을 바라보았다.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속에서 화석정의 불빛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화석정을 휘감은 불길 속에서 이율곡의 얼굴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그놈, 기백이 참 마음에 드는구나. 나는 함흥의 고산도 찰방으로 있는 임제라는 어르신이다.”
“임제? 가만, 가만. 그렇다면 네놈이 기생 황진이 무덤에서 시를 짓고서 좌천(左遷)되었다는 바로 그 임제냐?”
“화적 주제에 들어먹은 선성은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다. 내가 바로 그 임제다.”
“음하하하. 네놈 이름은 익히 들었다. 당대 호걸이라 하더니 헛말이 아니구나.”
“도적놈아, 내 이름을 알았으면 너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 아니냐?”
“하하하. 미안하지만 내 이름은 말해줄 수가 없구나. 어떡하냐?”
“외부의 변란은 무서운 것이 아니올시다. 정작 무서운 것은 내부의 변란이올시다.”
“당파싸움을 말하십니까?”
“네. 저는 내부의 변란이 이 나라의 백성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을 두렵게 생각합니다. 변란을 막을 방법을 물어보셨지요? 내부의 변란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외부의 변란은 예정된 것이올시다. 그렇지만 그 역시 정해진 길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변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