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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88965642992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4-05-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이연숙
끝까지! / 진송
연필 끝으로 입매 찌르기 / 성훈
파란 죄의 역공학 / 밀사
누가 그에게 여성을 배반했다 했는가 / 박수연
양의 늑대는 늑대의 양을 보고 웃는다 / 이우연
구멍 난 피부와 죽음 없는 삶 / 영이
중음계 / 변다원
작은 공알의 역사 / 한초원
내가 언희 님과 언희 님 시에 대해 쓴 글 / 이미래
한다 / 홍지영
[대담] 뭇 여래를 거친 개에 관해 / 양효실, 김언희
부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김언희의 첫 번째 시집 제목이기도 한, 일명 ‘트렁크’ 모임은 2020년 가을 처음 시작되었다. 이 책의 필자이기도 한 조각가 이미래와 내[이연숙]가 김언희 시인이 살고 있는 진주를 방문한 사건이 ‘트렁크’ 모임의 발단이었다. 그 짧은 만남 이후 우리는 김언희 시인과 더 지저분하게 연루되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곧장 ‘트렁크’ 모임의 멤버를 물색했다. (…) ‘트렁크’ 모임의 목적은 김언희 시인의 시와 시를 둘러싼 기존 비평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시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레퍼런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전유하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김언희의 시와 모종의 친족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나는 이 과정 전체를 ‘유사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흔히 원본의 지위에 미치지 못하는 가짜에 붙는 접두사 ‘pseudo’의 번역어인 ‘유사’를 ‘비평’ 앞에 붙인 조어다. 김언희에 대한 기존 비평은 주로 문단에서 이루어져 왔고 또한 그 문단은 특별한 ‘입단’ 절차를 필요로 하기에 우리의 작업은 문단의 기준에서 ‘진짜’ 비평으로 취급되지는 않을 거라는 자기 인식이 ‘유사 비평’이라는 말을 고안하게 만든 주요 동기였다. 그러나 한계 짓는 ‘진짜’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유사’의 영역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웠다.
김언희는 시를 통해 우리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몸을 주었다. 그 몸은 우리가 감히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해본 적 없는 비천한 몸이자 우리가 감히 씹고 삼키고 소화할 수 있다고 상상해본 적 또한 없는 비옥한 몸이었다. 우리의 읽고 판단하는 눈이 도착하기도 전에 물겅대고 질깃대는 물성으로 먼저 거기에 존재하는 김언희의 시는, 필자 중 한 명인 한초원이 쓴 것처럼 이렇게 “주문”하는 것 같았다. 나를 “읽지 말고 먹으라고”,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 치우라고.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