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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2182143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6-10-07
책 소개
목차
Ⅰ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섬
우연론과 인과론
소설학 개론
Ⅱ
구토 혹은 청춘의 기록
‘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
아지랑이
깍두기
작품 해설 굿모닝, 코미디언 - 이소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자신과 친구의 운명을 시소에 올려보았다. 그가 교수가 됐다는 사실과 최승휴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인과 관계는커녕 순접이나 역접 관계도 전혀 없다. 그가 교수가 된 것이 신의 섭리요 굳건한 자연법칙의 발현인 것처럼 최승휴의 자살 역시 몸의 흐름이든, 세계의 기의 흐름이든 하여간 우연과 필연이 빚어낸 운명이었다. 지나친 자기 과신, 거기서 비롯된 지나친 자기 연민과 지나친 자기 경멸, 그것에 함몰된 것은 어쨌거나 최승휴 자신의 오류였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박철진은 저녁 식사 때부터 더부룩했던 속이 개운해졌다.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애들 안 보고 뭐해, 정말!”
희뿌연 증기가 의식의 흐름처럼 자욱이 드리워진 가운데,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칠순의 촌부와 초로의 영문학도와 유칼립투스를 갈아타는 코알라와 커피콩을 고르는 남자는 온데간데없다. 알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둥 마는 둥 얼른 건우를 안아 올린다. 마루에는 장남감과 주방 도구와 걸레통과 옷가지가 한껏 널브러져 있다. 계속 졸다가 이제 막 눈을 번쩍 뜬 남편은 아직도 마누라의 호통이 잘 접수되지 않는 눈치다. 누적된 피로와 수면 부족 때문에 시뻘겋게 충혈된 그의 눈에 문자 몇 개가 제멋대로 찍힌다. “여기가 묵시록이다.” 혹은 “Welcome to the real world.”
-「우연론과 인과론」
나도 모르게 눈물마저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이쯤 되면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민망해졌다. 하지만 눈물은 멎기는커녕 그 정도의 권리는 충분히 있다며 뻔뻔스럽게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구토 때문에 온몸이 너무 아파서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있는 스물일곱의 나. 참 추악하지만 참 정직하기도 한 이 실존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구토, 혹은 실존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