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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에 갇힌 시절

서랍 속에 갇힌 시절

백지은 (지은이)
시와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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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에 갇힌 시절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서랍 속에 갇힌 시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3451279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1-12-10

책 소개

반시시인선 15권. 백지은 시집. 한 사람의 내면을 통과해 나온 언어란 부득이하게 자기 의식적이다. 어떤 기억, 혹은 어떤 특정한 대상에 대한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이 글의 목적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백지은 시의 ‘기억’을 해석하는 데 있다.

목차

| 제1부 |
라훌라

갈대밭 철새
아버지의 보청기
아버지와 햄버거
중고서점
아버지의 바다
납작한 죽음
창가에 앉아
달빛에 담아
적멸寂滅
안부
스타벅스

| 제2부 |
절규
낯익은 풍경
오징어

읍성엔 비가 내려서34 똑딱 단추
멀어진 봄날
미도다방
택배
24인치의 세상
고래 사냥
귀 얇은 목련 나무
서문시장 수제빗집

| 제3부 |
오래 버려둔 시간
시애틀로 떠난 엄마
엄마는 일터에 가고 아이는 나비가 되어
애견백화점
장미와 생선가시
서랍속에 갇힌 시절
L교수
거미에 대하여
밍기뉴 나무
제제, 가족이 되다
우엉
P에게로

| 제4부 |
미안합니다
꽃밭에서
K 화백의 자화상
속눈썹을 줍다
빨간 사서함
오월의 담장
414번 버스 풍경
늦지 않게 너에게 닿기를
다림질
서울역에서
매미가 운다
십 센티 두께의 세상
一 子 영토
삽화처럼
캐슬 고양이
여고시절
해설 기억의 두 가지 방식|신상

저자소개

백지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 수상 『시에』 등단 동서문학상 수상
펼치기

책속에서

라훌라

빨랫줄에 걸린
옥양목 치마 펄럭거리네
2월의 바다도 출렁거리네
떠난 아버지
출렁거리고 있네 펄럭거리네
부재의 시간이 378일 되었네
물 위로 나비가 되어 날아가시네
노란색과 파란색이 춤을 추고 있어
내리막 저만치 가고 없는 아버지
해진 바랑에는 팔공산 절 냄새 스며있네
바랑지고 바다로 가시나
반월당 저만치 떠난 아버지
내리막을 데리고 내려가시네
떠난 아버지 수렁 속을 헤매시네




설거지통에 그릇을 쏟아 부었다
그릇이 이가 나가 손가락을 다쳤다
어디가 아픈게지
도마 위 칼이 빤히 보고 있다
온종일 떠돌다 돌아온 바람이 창문을 흔들었다
안과 밖이 서로를 가둔다
벽은 견고하고
문을 열어야 문을 닫을 수 있다
이가 나간 그릇을 바람 속에 던져 버렸다
다친 손가락은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는 떠났는데 벽에 걸린
아버지의 사진이 벽을 만든다
아버진 현관문의 비밀 번호였다
아버지를 누르면 벽이 열릴까


갈대밭 철새

그녀의 뇌 속은 동굴이다
머리카락 끝엔 고드름처럼
그녀의 남편이 매달려 있다
바다가 사납게 울고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세상 모든 눈물보다 더 깊이 땅을 파고들 때
폐선을 타고 해운대 파도 속을 헤집었다
푸른 사과 한 조각을 입속으로 넣어 주는 딸을
남편이라 생각한다
어디 갔다 지금에야 왔어요?
금니가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막이 내려진 무대조명 같다
당신 잘못 한 거 없어요, 울지 마요
별안간 파티마병원 503호
숲으로 변한다
그녀는 웃는 새
딸은 우는 새
병상엔 온갖 음으로 노래하는 새
둘이서 걷던 갈대밭에는 바람 소리만
그때 철새 한 마리
날아들어 산소호흡기 위에 앉는다
삐~~
그녀의 뇌 속 동굴이 환해진다
503호 숲 무대 저편이 되었건만
둘이서 걷던 갈대밭에 바람 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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