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툴라

작가의 말

꽃과 얼룩
풍뎅이
타란툴라
숨어 있는 소리
비둘기
어둠 사설
모래언덕 위에서
가라앉는 노을
알프스를 향하여

"감히, 나를 감히, 도파민 억제제 같은 것으로 조종하려 들다니..."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물어뜯는 듯한 증오에 찬 목소리였다. 나는 그가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경악했다.
눈을 뜨니 방 안은 캄캄했다. 나는 잠시 그대로 누워 밀물처럼 밀려와 있는 눈앞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방금 꾸었던 꿈의 한 자락이 그 어둠 속에 뚜렷이 떠올라 보였다. 가끔 되풀이해서 꾸는 이 꿈은 나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이어서 꿈을 꾸고 나면 언제나 실제로 겪은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 이렇게 눈을 뜰 때 맞닥뜨리게 되는 신새벽의 이 어둠이 나는 정말이지 싫다. 캄캄하게 어두운 우주 공간 한가운데에 떠 있는 섬과 같은 이 느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희망이 없는 내 삶을 닮은 이 어둠. - '타란툴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