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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8650290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5-11-11
책 소개
목차
9 전나무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27 경찰과 찬송가 — 오 헨리
41 신호수 — 찰스 디킨스
67 구유 옆의 소와 당나귀— 쥘 쉬페르비엘
99 죽음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13 낙엽 쓰는 사람 — 뮤리엘 스파크
125 한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로베르트 발저
133 엮은이의 글
139 작가 소개
143 원전 및 저작권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쥐들이 꼬치꼬치 캐물었다. 정말이지 호기심 많은 생명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예요? 가본 적 있다면 말해줘요. 혹시 식료품 창고에도 가본 적 있나요? 선반마다 치즈가 가득하고 들보마다 햄이 매달려 있는 곳 말이에요. 거기선 기름 초 위에서 춤출 수도 있고, 홀쭉이로 들어갔다가 뚱뚱이가 되어서 나올 수도 있다던데요.”
“그런 곳은 몰라.” 전나무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숲을 알아. 햇살이 쏟아지고 작은 새들이 노래하는 곳이지.”
전나무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은 생쥐들은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숨죽인 채 귀 기울여 듣고는 감탄했다. “와! 정말 많은 걸 보면서 살았군요. 얼마나 행복했을까!”
“내가?” 전나무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 그 시절은 제법 즐거웠지.”
전나무는 사탕과 양초로 장식되었던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억도 들려주었다.
“와, 운이 참 좋았군요, 늙은 전나무 아저씨.” 생쥐들이 감탄했다. (「전나무」)
소피는 문득 두려워졌다. 무슨 끔찍한 마법에라도 걸려서 자신에게 체포 면역 세포 같은 게 생겨버린 건 아닐까? 휘황찬란한 극장 앞에 유유히 서 있던 경찰을 발견한 소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공질서 문란 행위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인도 위에서 소피는 주정뱅이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춤도 추고 악도 쓰며 하늘이 떠나가라 소란을 피웠다. 경찰관은 곤봉을 빙빙 돌리면서 소피에게 등을 돌리고는 한 행인에게 말했다.
“예일대 녀석들 중 하납니다. 오늘 경기에서 하트퍼드 대학에 완승을 거둔 게 신나서 다들 저 야단이지 뭡니까. 시끄럽지만 해 끼칠 건 없으니 오늘은 내버려두라는 지시입니다.”
낙담한 소피는 헛된 소란을 멈추었다. 정녕 그 어떤 경찰도 자신을 체포해 가지 않을 셈인가? (「경찰과 찬송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앞으로 몸을 숙이며 말을 시작했다. 목소리는 속삭이는 것보다는 약간 컸지만 여전히 낮고 조심스러웠다.
“이제 두 번은 묻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젯밤 저는 선생님을 다른 누군가로 착각했어요. 그게 제 마음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착각해서요?”
“아뇨, 그 누군가 때문에요.”
“그게 누구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닮았어요?”
“모르겠습니다. 얼굴은 보지 못했거든요. 왼팔로 얼굴을 가리고, 오른팔은 흔들고 있었어요. 아주 격렬하게요. 이렇게 말입니다.”
나는 그가 하는 동작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마치 절박하게 “피해요, 제발!”이라고 외치며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몸짓 같았다. (「신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