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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9172
· 쪽수 : 12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선생님이 프로젝터 위의 필름에 몇 가지 키워드를 적은 후, 펜을 요란하게 움직이며 다음과 같이 써내려갔다.
“첫째, 반 전원이 핸드폰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절반만 제출한다.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은 평소처럼 핸드폰을 사용한다. 둘째, 다른 학생들도 자기처럼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 핸드폰 없이 지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누가 핸드폰을 제출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정하죠?”
요한나가 묻자, 선생님이 대답했다.
“제비뽑기로 정합니다. 여러분이 직접 제비를 뽑는 거죠.”
“제가 숙제 해온 거 읽을까요?” 욜리네가 손을 들고 말했다.
“좋아요. 모두들 잘 들어봅시다.”
“제목도 읽을까요?”
“상관없으니 편하게 읽으세요!”
“음, 그러니까, 30년 전 사람들은 핸드폰 없이 어떻게 지냈을까요? 음, 그러니까, 제 생각에 사람들은 분명히 아주 잘살았을 겁니다. 30년 전 사람들은 전화나 편지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욜리네가 자기가 써온 글을 읽다 말고 선생님을 쳐다봤다.
선생님이 양 눈썹을 찡긋 올리며 말했다.
“그다음은?”
“제 말이 틀렸나요?” 욜리네가 물었다. “음, 그런데, 어쩌면 사람들이 그렇게 잘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만약 핸드폰 없이도 잘살았다면 사람들이 핸드폰을 발명하지 않았겠죠.”
반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슈미트 선생님이 교실 앞에서 뭔가 절반쯤 차 있는 비닐 쇼핑백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 쇼핑백 안에는….”
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꺼내다가 잠시 멈췄는데, 이는 아까의 헛기침보다 교실을 조용히 만드는 데 훨씬 효과가 강력했다.
“이 쇼핑백 속에는 내가 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지, 그 이유가 들어 있습니다.”
“핸드폰이 없으시다고요?” 칼라가 물었다. “말도 안 돼.”
“설마 그 고대 유물 같은 폴더폰조차 없으시다고요?” 톰이 말꼬리를 잡으며 선생님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희가 모금이라도 해서 하나 사드릴까요?”
“고맙지만 사양할게, 톰.” 선생님이 말했다. “핸드폰 없이도 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쇼핑백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지금 우리한테 말씀해주시지 않겠죠.” 아론이 끼어들었다. “그전에 우리한테 선생님이 왜 핸드폰을 사용 안 하는지 추측해보고 그에 관해 글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주실 테니까요. 제 말이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