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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990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풍경들
숨기 좋은 방
알바트로스
존재의 이유
케렌시아
지켜진 아이
춤추는 별
작별
그 후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문득 할머니가 외출하는 날이라는 게 떠올랐다.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희야, 웬일이니? 비 와서 늦게 일어날 줄 알았는데.”
“할머니 배웅하려고.”
일부러 배웅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배웅은 무슨 배웅이야? 먼 데 가는 것도 아닌데.”
어디 가는데?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할머니의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어딜 가면 간다, 말하고 나갔는데 최근 들어 2주일에 한 번 같은 시간에 하는 외출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동화와 아진, 혜림과 가영도 보이지 않았다.
“개똥철학자 아저씨. 우리 가족, 좀 이상하지 않아요? 할머니와 이모, 아이 다섯.”
가영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이상하기는, 아름다운 가족이지.”
가족이란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주고 돌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꼭 혈연이 아니라도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우리 같은 가족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내가 절망하고 고민한 것들을 단번에 날려 주었다고나 할까, 신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앞서가는 가족이었다. 아이들도 나와 생각이 같다는 눈빛이었다. 할머니와 해리 이모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믿어 왔던 할머니가 맞나? 머릿속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강진이었다.
“몰라.”
퉁명스럽게 내뱉고 할머니 방을 나서는데 몸이 휘우뚱하는 터에 고꾸라질 뻔했다.
내가 곁에 없을 때가 오더라도 어쩌고 했던 게 바로 이런 이유였군. 남친이 생겨서 이제 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키우지 말았어야지. 아니, 버릴 테면 버리라지. 이 집 아니면 갈 데가 없을까 봐? 널린 게 시설인데. 아니, 그런 데 들어갈 것도 없이 혼자 살면 되지. 열다섯인데 못 할 게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