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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88984016798
· 쪽수 : 200쪽
목차
머리말
길에 세상을 그리는 아이 / 아버지를 기다리는 이유 / 서양에서 부는 피바람 /
단짝 친구 최한기 / 나무꾼 청년의 지도 만들기 /한양으로 가는 길 /
당시의 우리나라 지도와 지리학 알아보기 / 주막에서 배운 장돌뱅이들의 이야기 /
김정호가 처음 만든 《청구도》와 《지구전후도》 / 한기네 집을 떠나다 /
걸어 다니는 인간 지도 /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 《동여도》 /
팔도강산에 쏟은 붉은 피 / 《대동여지도》 마침내 완성 / 김정호 연표
책속에서
길에 세상을 그리는 아이
골목길의 햇빛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눈부셨다.
아이는 햇빛이 좋아서 골목길 한쪽에 나와 앉았다. 아이는 혼자서 작은 나무 막대로 땅바닥에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아이의 눈빛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작은 막대가 그려 내는 그림은 그 누구도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괴상한 그림이었다. 그 그림이 무엇인지는 아이 혼자만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의 그림을 무심코 밟고 지나갔다. 사람들의 발자국 때문에 그려 놓은 그림은 금방 뭉개지기 일쑤였다.
아이는 참다못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안 돼요, 밟지 마세요!”
아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상해서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그려 놓았기에 길을 막고 그러는 게냐?”
“그건 묻지 마세요.”
아이의 대답은 조금 퉁명스러웠다.
“묻지 말라고? 허허허! 무슨 그림인지 내가 알면 안 되겠느냐?”
어른이 길을 멈추고 궁금해서 되물었다.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어요.”
어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이를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꽃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다랗게 생긴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양도 아니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혹시 토끼?”
어른의 말에 아이는 빙그레 웃었다.
“아저씨, 어떻게 아셨어요?”
어른도 덩달아 빙그레 웃었다.
“그게 정말 토끼라고? 근데, 이렇게 큰 토끼가 어디 있단 말이냐?”
“토끼는 토끼인데 어마어마하게 큰 토끼라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큰 토끼가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이냐?”
어른의 질문이 거듭되자 아이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우리나라 지도예요. 우리나라 지도가 토끼처럼 생겼잖아요. 그러니까 마구 밟고 지나가면 안 된다니까요!”
어른은 아이를 다시 한번 보았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토끼처럼 생겼다는 걸, 너는 어떻게 알았느냐?”
“얘기를 들어서 알았어요.”
“누구한테서?”
“어른들한테요.”
“그래? 아주 똘똘한 녀석이구나. 열심히 그리거라.”
어른은 한마디 칭찬을 남기고 지나갔다.
잠시 후, 동네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정호야, 너 여기 있었구나. 뭘 그리고 있니?”
친구들은 정호를 빙 둘러싸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응, 우리나라 지도야.”
“우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