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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4075719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길을 찾아 떠난 사막
Road 1 사막을 건너는 법
사막을 건너는 자, 나만의 나침반을 가져라
탐험가의 준비물
간절함이 희망이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라
사막에서 추운 밤을 보내는 법
잠시의 안락함을 떠나보내라
사막에서는 모두 친구가 되어야 한다
한 모금의 물을 남겨두어야 한다
탐험가의 식사
두려움을 가진 자는 홀로 갈 수 없다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라
나의 길을 놓치지 마라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Road 2 사막의 사람들
스벤 헤딘
타클라마칸의 위구르인
갠지스의 여인
히말라야의 사두
강가 패밀리
한 소년의 마지막 모습
로히드의 기도
가난한 남자
고비의 사과 농부
아웃백의 오래된 방랑자
오아시스가 되어준 사람
베두인 모하메드
말타
Road 3 사막의 풍경
21세기 타클라마칸
신장웨이우얼
마자르타그
히말라야의 봄
강물에 비친 그리움
성스러운 강가의 바이러스
사막 위의 샤워실
에뮤필드
애버리지니
룹알할리의 국경
사막에도 비가 내린다
고비의 여름
하얀 고비
사막의 똥
고비의 시골 여관
유목민
Road 4 원정 기록
유라시아 대륙 : 수많은 기쁨과 눈물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길
타클라마칸 사막 : 거친 야생낙타의 울부짖음 같은 모래바다
갠지스 강 : 삶과 죽음의 경계, 그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
고비 사막 : 몽골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신기루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 지독히도 허기진 붉은 땅
아라비아 엠프티쿼터 사막 : 절대고독이라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막의 전설
그레이트베이슨 사막 : 거대한 미로
깁슨 사막과 그레이트샌디 사막 :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는 목마른 오지
알타이 산맥과 고비 사막 : 하늘에서부터 이어지는 고비의 줄기
치와와 사막 : 신의 가호 없이는 건널 수 없는 금지구역
칼라하리 사막 : 모든 위험이 도사린 야생의 땅
Epilogue 멈추지 않는 발걸음을 기대하며
감사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 세계에는 수백, 수천의 사막이 존재한다. 난 그 사막들을 모두 건너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지 않다. 모두 건넌다는 정복자의 성취감 뒤에 밀려올 거부할 수 없는 허망함을 느끼느니 내 앞의 사막을 좀 더 행복하게 만끽하고 싶다.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막의 이야기를 찾아가고 싶다. 사막은 벌거벗은 내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어떠한 가식이나 꾸밈이 없는 본래의 내 모습, 그것을 보게 된다. 그 안에서 고독함과 두려움, 기쁨과 그리움, 죽음, 사랑 등 끊임없이 내 안의 솔직한 감정들이 나를 몰아세운다. 사막을 걷는 것은 마치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극한의 공간에서 불현듯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그런 감정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질문하고, 화해하고, 또 목도한 고민의 결과를 이 책에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누고 싶다. 각자의 사막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와 함께.
―Prologue ‘길을 찾아 떠난 사막’에서
흔히들 “사막을 건너는 건 결국 정신력이죠”라며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묻는데, 그 말이 꼭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신력만으로 되는 것이 어디 있는가.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눈앞이 노래지며 사구가 지평선을 넘어 뒤집혀 모래가 온통 쏟아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면 정신력은 의미가 없어진다. 사막에서 최적의 걸음걸이를 연구해야 하고 짐을 짊어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덜 지치며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준비들은 탐험지에 올라섰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 ‘사막을 건너는 법’에서
사구를 마주하며 걸을수록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막의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멋진 곡선과 날이 선 능선의 모습이 다채로웠다.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 위의 물결은 어떤 문양보다 신기하고 독특했다. 다 같은 모래처럼 보였지만 희고 노랗고 붉은, 그리고 검고 어둡고 밝은 결정들이 각각의 모래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아침의 사막과 점심의 사막이 다르고, 저녁의 사막은 또 다른 세계였다. 해가 뜨고 지기까지 변화하는 색 온도와 햇빛의 방향, 바람에 따라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나를 대하지 않았다. 내가 걷고 있는 사막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잰걸음으로 땅바닥만 보고 걸었으면 결코 알지 못할 것들이었다.
― ‘사막을 건너는 법’에서
노인은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타클라마칸을 넘어 타림 강까지 간다고 하자 허허허 하고 웃었다. 그는 이 사막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그 안으로 들어가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가장 좋아 어디든 다른 곳으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호탄 강이 깨끗한 물도 주고 귀한 옥도 주고 마을엔 나무가 가득해 과일도 열리고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양을 키울 수도 있는 이곳이 제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로 나가는 젊은 위구르인들을 염려했다. 도시에선 돈을 벌 수 있지만 살기가 너무 힘들고 위구르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킬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노인은 그의 마을을, 사막을, 위구르의 후예들을 염려했다. 사구를 뛰어다니는 저 아이들이 노인 나이가 될 즈음엔 이곳에 누가 남아 있을까.
― ‘사막의 사람들’에서
사막에도 비가 내린다. 축 처져 있던 나뭇가지가 흔들렸고, 나뭇잎과 모랫바닥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둔탁하지만 흥미로운 리듬을 만들었다. 새소리가 요란해지고, 시뻘건 불개미 떼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시덤불투성이로만 생각했던 그곳에 꽃이 피어나고, 그 뜨거운 틈을 뚫고 새순이 돋아났다. 비가 그치자 대지에 맞닿은 거대한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엔딩 뒤엔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를 이 순간이 기다려졌다. 사막 비는 또 그렇게 나를 잡아두었다.
― ‘사막의 풍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