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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84313255
· 쪽수 : 324쪽
책 소개
목차
1. 가족
2. 성장기
3. 고등학교에서
4. 점령과 전쟁
5. 아폴다와 바이마르
6. 대학교와 초기의 여행들
7. 섹스, 노래, 그리고 전기역학
8. 런던, 그리고 그 이후
9. 브리스틀
10. 버클리의 첫 20년
11. 런던, 베를린, 뉴질랜드
12. 방법에의 도전
13. 브라이튼, 카셀, 취리히
14. 결혼과 은퇴
15. 기억에서 사라짐
후기
출판의 변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나는 종종 어머니를 따라 미용실에 갔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미용실에 있는 여자들이 내게 물었다. 그러면 “전 은퇴하고 싶어요.” 하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는 이유가 있었다. 공원에서 모래성을 쌓으면서 가방을 들고 혼잡한 전차 뒤를 쫓아 뛰어가는, 초조한 남자들을 본 적이 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하고 어머니께 묻자 “일하러 가는 거야.” 하고 대답했다. 공원에는 벤치에 조용히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는 늙은 신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 저 사람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은퇴했거든.” 그 이후 내게 은퇴라는 말은 아주 매력적인 말로 생각되었다. pp. 44~45
수업은 반복적인 학습과 시험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특별한 날의 시간표를 잊어버리고 당황해하면서 겁에 질려 교실에 들어가는 꿈을 자주 꾸기는 했지만 그런 게임을 잘 해냈다. 나중에 열여섯 살 때는 물리학과 수학 선생님보다 물리학과 수학에 대해서 더 아는 게 많다는 평판을 얻었다. 선생님들도 그런 소문을 사실로 믿어서 나를 혼자 내버려두었다. 생물학 선생님과 화학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물리학을 두려워했고, 따라서 나도 두려워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숙제로 내준 책도 읽지 않았고, 교실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질문 시간이면 그런 것들을 이미 알고 있는 체하면서 내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하찮은 것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귀찮은 일이 생길 때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pp. 56~57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이런 사건들은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종종 꿈속에 나타났다. 전투 장면이나 위험한 상황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다. 다만 징병당하는 꿈을 꾼다. 장면은 늘 똑같다. 나는 징집영장을 받고 이렇게 말한다. “아, 저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절름발이거든요.” (1946년 이후 목발을 짚고 있으므로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병영에 들어가 병사들 틈에 끼어 줄을 선다. 그러고는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걸을 수 있었다. ‘무슨 이런 지독한 농담이 있담! 몇 년 동안이나 발을 질질 끌고 다녔는데, 이제는 내 발이 갑자기 움직일 필요가 없는데.’ 하고 혼자 생각한다. pp. 10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