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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4313293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09-04-27
책 소개
목차
1부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 난다
강가에서│꽃 봐라! 저 꽃 봐라!│폐계│어머니와의 농담│쑥떡│어느 날 아침│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 난다│탱자나무 울타리집│소와 아버지│호미│낯선 풍경│아내│두 할머니│사람의 얼굴이 그립습니다│강연│오! 수지 큐!│마침내 그렇게 된 나의 인생
2부 봄날은 간다
한수 형님의 손│절정을 아끼다│지렁이 울음소리│왼손과 오른손│오동꽃을 처음 알았네│팽이야 빙빙 돌아라│시골 쥐│국수│일상을 존중하다│아내와 그 여자│개념│칡넝쿨이 지붕을 넘어와요│산이 눈을 뜨다│꽃만 피면 뭐 한다냐│봄날은 간다│배는 돌아오리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은 새벽 논길, 강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둘이 마주앉아 아침밥을 먹습니다. 어머니께서 손이 좀 우선하냐고 묻습니다. 뭐든 몰아붙이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쉬엄쉬엄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른팔이 아플 때 왼팔을 생각하라고 하십니다. 한 팔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아파버리면 다른 한 팔이 무사할 리 없지요. 두 팔이 다 아파 두 팔을 다 못 쓰면 그땐 어떡합니까.
좌 니우니 하는 말들이 ‘좌우지간’에 싫습니다. 정말 식상해요. 낡았어요. 좌우지간 성가셔요. 좌우를 가를 것만 있고 온몸을 생각할 정상적인 생각이 우리에겐 왜 없습니까. 감도 해를 갈아가며 열고, 나뭇잎들도 해갈이를 합니다.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고,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지요. 세상에는 늘 그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할 ‘때’입니다. - 158쪽 중에서
이렇게 눈 줄 데 없이 천지간에 봄꽃들이 피어나면 어머님은 꽃들을 바라보며 “꽃만 피면 뭐 헌다냐. 사람이 있어야지.” 하셨지요. 그러면 저는 “봄날에 저렇게 꽃이라도 펴야지요, 어머니.”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올 봄 나는 어머니에게 ‘꽃이라도’라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꽃만 피면 뭐 한답니까. (중략)
꽃 피고 새 우는 이 좋은 봄날, 나는 여러분에게 꽃피어 좋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합니다. 우리 농민들에게 지금 저 꽃들은 꽃이 아닙니다. 서러움입니다. - 224쪽 중에서
만원버스를 탔을 때 어떤 사람은 자리에 앉으려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냥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서 가려고 할 것입니다. 그냥 서서 가기로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가야겠다고 한 사람은 자리만 보이기 때문에 자리에 앉은 사람이 미워질 것입니다. 집에 갈 때까지 자리만 보이겠지요. 아니, 자리를 찾다가 자기가 내려야 할 곳을 놓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 자리에 앉아 갈 생각을 버렸으므로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이 자세히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지요. 더 자세히 보면 세상의 길이 보이고, 옳고 그른 것이 보입니다. 내 눈에는 창밖의 나무와 산과 꽃과 새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자세히 보였습니다. 너무 자세히 보다 보니,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나서 그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게 내 인생이 되고 글이 되었던 셈이지요. - 228쪽 중에서
저물녘에 바람이 불 때 앞산의 나무들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잎들이 하얗게 뒤집어지는 앞산을 보고 나는 감동했습니다. 참나무 잎이 뒤집어지면 사나흘 뒤에 비가 오지요. 감동 잘 하는 내가 홀로 감동을 하려니 조금 벅찹니다. - 44쪽 중에서
못자리를 할 때 볍씨를 뿌리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둡니다. 비닐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못하게 비닐 자락에 1미터 간격으로 흙을 한 삽씩 떠서 얹어두지요. 그런데 벼들이, 그 연하고 여린 벼 잎이 올라오면서 비닐이 점점 들어 올려져요. 정말 놀랍습니다. 그 가늘고 가는, 그리고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는 여린 벼 잎들이 힘을 합쳐 흙을 누르고 있는 그 무거운 비닐을 들어 올리며 싹을 키우는 것이지요. 놀랍지요. 신기하지요. 무심하게 볼 일이 아닙니다. - 51쪽 중에서
슬레이트 지붕은 옛날에 이은 그대로여서 이제는 다 낡고 색이 바랠대로 바래서 우중충한 게, 영 나간 집 같습니다. 전지를 했는데도 탱자나무가 자라서 지금은 그 집 마당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어느 날은 그 집 마당 빨랫줄에 팬티 하나, 몸빼 하나, 오래된 윗옷이 하나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긴 빨랫줄의 빨래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눈물이 나왔답니다. 혼자 울었지요. 울먹였답니다. 빨랫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살다 보면 어쩔 때, 그럴 때가 있잖아요. - 59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