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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신화/종교학 > 한국신화/전설/민담
· ISBN : 9788984317925
· 쪽수 : 664쪽
책 소개
목차
개정판 서문 _살아있는 한국의 신화, 과거에서 미래로
초판 서문 _우리 신화를 찾아서
제1부 신화, 그리고 신
첫째 거리 _신화의 원형, 창조 신화의 숨결
혼돈에서 세상이 열리고 하늘에서 인간이 내리다 │ 천지왕과 수명장자, 대별왕과 소별왕, 태초에 싸움이 있었다│ 사라진 창조 여신의 자취를 찾아서
둘째 거리 _신화, 존재와 운명의 서사
원천강의 오늘이, 존재의 문을 열다 │ 딸에서 여자로 어머니로 그리고 삼신으로, 당금애기의 운명
셋째 거리 _신이라고 하는 존재들
삼승할망 자리를 다툰 신의 딸과 인간의 딸 │ 대별상 어전또, 처녀 신 삼승 할망 앞에 무릎 꿇다 │ 무서운 질병의 신 명신손님의 두 얼굴
제2부 삶과 죽음, 삶 너머의 삶
넷째 거리 _어둠의 사자를 맞이하는 법
백년해골을 모신 사만이와 저승 삼차사 │ 몰인정했던 사마장자는 어떻게 죽음을 면했나
다섯째 거리 _저 너머 아득한 곳 또 다른 세상
망자의 저세상 가는 길, 무간지옥과 시왕 극락 사이 │ 신비의 꽃 세상 서천꽃밭을 찾아간 할락궁이
여섯째 거리 _이승과 저승, 그 사이의 인간
이승과 저승을 오고간 허웅애기 │ 매일 장상의 저승 궤에 재물이 가득한 이유 │ 저세상의 도랑선비, 이 세상의 청정각시
일곱째 거리 _바리, 이것이 신화다
바리공주, 버림받아 떠도는 넋들의 신 │ 죽음을 생명으로 바꾼 바리데기의 기나긴 여정
제3부 신화와 인생
여덟째 거리 _부모와 자식으로,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
무정한 아비 칠성님의 유정한 자식 칠형제 │ 막내딸 가믄장아기, 집을 떠나 홀로 서다
아홉째 거리 _욕망과 사랑 사이, 신화 속의 남과 여
일문관 바람웃도와 자매 여신 고산국 지산국 │ 자청비와 문도령, 자청비와 정수남, 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열째 거리 _우리 신화의 주역은 여성이다
시험에 대처하는 황우양씨와 막막부인의 자세 │ 대책 없는 남편 궁상이의 달 같은 아내 명월각시
열한째 거리 _사내들의 서사, 영웅 신화의 숨결
염라왕을 잡으러 저승으로 간 용사 강림 │ 바다와 대륙을 평정한 거침없는 영웅 궤네깃또
열두째 거리 _백두와 한라의 영웅들
백두산 천지를 지켜낸 두 영웅 │ 해를 삼킨 흑룡과 삼태성 삼형제 │ 백두폭포에 깃든 저항의 기백 │ 백조애기와 금상, 신은 한라로 깃들다 │ 압제받는 이들의 신, 양이목사와 고대장
제4부 우리 곁의 신, 우리 안의 신
열셋째 거리 _신은 어디에도, 어둠 속에도 있다
땅귀 삼두구미, 또는 타나토스 │ 조왕신 여산부인과 측간신 노일저대 │ 소수자 도깨비신들의 초상 │ 불운의 신 지장, 그 또한 신이다
열넷째 거리 _신성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황토섬을 방황하던 안심국이 신이 된 내력 │ 광청아기의 슬픈 신성 │ 거북이와 남생이 형제의 금빛 발걸음
새로 여는 이야기 _우리 가는 길 신화가 되리
부록 _한국 민간 신화의 주요 신
참고한 책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힘과 가치를 다 신성한 것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맑고 깊은 정수(精髓)에 해당하는 것을 신성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인간과 세상의 본원과 닿아 있으면서 존재의 근원적 진실을 일깨우는 참다운 힘이나 가치 말이다. 그와 같은 힘과 가치를 오롯이 담지하고 발현하는 이야기, 그리하여 소중하고 신성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세상 사람들의 빛이 된다.
내가 본 한국의 민간 신화들은 바로 그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저 밑바탕에서 존재와 운명적으로 대면하게 하는 가운데 그 속에 깃든 신성을 비춰주고 이끌어내는 빛과 같은 이야기. 그것이 우리의 신화다.
오늘이가 길에서 만난 여러 존재들이 안고 있는 문제도 다르지 않다. 홀로 제 자신의 운명을 슬퍼할 때 그들은 외롭고 슬픈 존재였다. 하지만 ‘나’의 존재를 열어서 세상을 그 안에 받아들일 때, 세상과 더불어 하나가 될 때 그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하늘나라 시녀들은 오늘이와 하나가 됨으로써 자신들의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장상이와 매일 이는 같은 운명을 지닌 ‘또 다른 나’와 손잡음으로써 고독과 슬픔을 넘어설 수 있었다. 연꽃나무와 큰 뱀 또한 마찬가지다. 몸을 열어서 자기가 가진 소중한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그들은 세상과 하나가 된다. 그렇게 신적인 존재가 되어 밝은 빛을 세상에 펼쳐낸다.
천년장자 일가친척이 모여 앉았을 적에 할락궁이가 웃음웃을꽃을 내어놓자 일가족이 해삭해삭 웃어서 창자가 끊어지도록 그치지 않았다. 다시 할락궁이가 멸망꽃을 내어놓자 천년장자 일가친척이 차례로 쓰러져 죽어갔다. 그때 천년장자 첫째 딸과 둘째 딸이 나서므로 할락궁이가 불붙을꽃을 내어놓자 두 사람이 불이 붙어서 죽었다. (중략)
“우리 어머니 죽은 데를 가리켜라.”
셋째 딸이 가리키는 데를 가 보니까 뼈만 앙상하게 남고 머리 위에 머구나무가 울창하고 손 앞으로 왕대가 울창했다. 할락궁이는 은장도로 나무를 깨끗이 베어낸 뒤 뼈를 차곡차곡 모으고서 뼈오를꽃, 살오를꽃, 말가를꽃, 숨쉴꽃, 오장육부만들꽃을 차례로 문질렀다. 뼈가 살아나고 살이 살아나고 오장육부가 살아날 적에 때죽나무 회초리로 어머니 몸을 삼세번을 때렸다. 원강아미가 부시시 일어나면서 말을 하되,
“아이고, 설운 애기야. 봄잠을 너무 잤구나.”
할락궁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천년장자 셋째 딸아기를 데리고서 서천꽃밭에 들어갔다. 서천꽃밭 어린아이들이 이리저리 고생하며 울 때에 원강아미가 아이들 밥을 주고 물을 주며 거느렸다. 그렇게 원강아미는 저승어멍이 되고 사라도령은 저승아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