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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9585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잔설(殘雪)
흙에 살리라
백중(百中)
응달 너구리
개 도둑
구사시옷생(九死ㅅ生)
봄 호랑이
번지 없는 주막
맨드라미 필 무렵
저승밥
열사식당(烈士食堂)
대담 리얼리스트로서의 글쓰기, 그리고 농촌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몫
이시백×정아은(소설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 응달 너구리가 응달 너구리지 벨 뜻이 있것슈. 너구리 두 마리가 골짜구닐 새루 두구 마주 보구 살았대지 뭐유. 근디 그늘배기 굴에서 겨울을 난 응달 너구리는 맞은편 양지짝을 보니께 발써 봄이 온 거잖유. 그래 굴에서 기어 나와 먹이를 찾아 먹구 살아났는디, 반대짝 양지바른 굴에 사는 너구리는 여적지 눈이 안 녹은 그늘배기를 보구설람에 ‘아, 안즉두 한겨울이구나’ 하구 마냥 굴속에 머물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지 뭐유. 그래서 보기엔 영 춥구 딱혀두 그 나름으루 의뭉스럽게 살아가는 인생을 응달 너구리라 헌다는디, 내야 뭐 의뭉스러운 꾀래두 낼 재주나 있나유? 그저 벤소 깐에 세워 놓은 묵은 빗자루쥬, 뭐.” 〈응달 너구리〉
제 또래인 박 국어가 입내를 풍기며 그의 귀에다 대고 쏘삭거리기를, “교사 입에서 그런 심한 욕이 나올 수 있냐는 말에, 내가 뭐럈는 줄 알어? 그이가 허는 시부랄은 욕이 아니다, 그것이 국어사전적으루 말하자면 씨부랄이라 해야 욕인디, 시부랄이라고 하는 것은 속이 편치 않을 때 트림처럼 내어놓는 푸념 이라구 카바를 해준 덕인 줄이나 알어.” 한마디로 시옷 하나만 더 붙었어도 죽을 목숨을 제 재간으로 카바를 해 구명해냈다고 공치사를 늘어놓는 박 국어의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던 노 선생의 입에서 속이 편치 않을 때 내어놓는다는 트림 같은 말이 다시금 튀어나왔다. “그려, 눈물나게 고마워. 씨부럴.” 이후로 노 선생의 일을 두고, 시옷 하나로 살아남았다 하여 ‘구사ㅅ생九死ㅅ生’이라는 사자성어가 학교 안에 나돌게 되었다.〈구사시옷생〉
“그럼, 할머니네 집에 정식 허가를 내주는 건가요?” “아, 번지두 웂는 주막에 뭔 허가유?” 그러거나 말거나. 노파는 번지가 있건 없건 이곳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 번지 없는 땅 이 있겠냐. 속절없이 섣달 바람에 떨어진 가랑잎처럼 모진 세월에 어디론가 날아가 잃어버리고 만 것이지. 노파는 웃는 것 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얼굴로 비스듬히 기운 추녀 끝에 큼지막이 매달린 간판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었다. 〈번지 없는 주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