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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898755
· 쪽수 : 230쪽
· 출판일 : 2022-06-28
책 소개
목차
| 작가의 말 | 광대울에서 보낸 한철 5
제1부
광대울 13
물가를 떠나서 20
안개에 홀리다 23
살구나무집 아주머니 26
호두나무 30
감을 매달다 33
숲속의 오두막 39
주경야졸 45
호미 엘보 50
바람으로 지은 오두막 54
산에는 꽃이 피네 61
몰입 67
“늘 푸르러서 싫어!” 74
옹이 79
쥐에 관한 하나의 화두 82
시무나무에 새긴 세월 88
세 알의 콩 93
아프리카 버스 97
은행나무 도끼 102
벚나무 장작 107
연탄에게 묻는다 110
제2부
숲의 이웃들 117
꽁지 빠진 닭 119
하늘로 날아간 거위 126
조선 닭 133
오리의 사랑 139
금발의 제니 144
하늘소와 김치냉장고 154
두꺼비 구두 159
검둥개야 너도 가자 164
세수하러 오는 토끼 170
천사 개 덕수 175
앵무새와 국수 182
빵셔틀 고양이 188
하얀 장화를 신은 비글 194
개마고원을 달리는 개 204
백두의 사랑 207
주인을 놓아두고 달아나는 백두 212
침묵은 금이다 221
봄날에 꽃을 보다 227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당 모퉁이에 바람에 묻어왔는지 심지도 않은 억새가 소복이 자랐다. 둥근 달이 그 위에 얹히면 마루에 앉아 내다보기도 그윽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빗방울에 후득후득 흔들리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그러나 이 소담한 억새 한 줌도 친절한 아주머니의 낫에 말끔히 베어지고 말았다. ‘게을러 빠져서 마당의 풀도 안 뽑는다’는 호통과 함께. -(<살구나무집 아주머니>)
나무는 정직하다. 얼핏 보면 저절로 자란 듯싶지만, 나무는 제 곁을 지나는 바람 한 올마저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낫질이며 들짐승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제 몸에 새겨 둔다고 한다. 세찬 바람이 부러뜨린 가지에는 옹이가 박히고, 멧돼지가 등을 문지른 줄기에는 거칠한 수피를 남기고, 철없는 아이들이 매달려 놀던 가지는 구부정히 굽은 채로 살아간다. 오래된 나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나무가 겪은 세월의 사연들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제게 편리한 대로, 제게 이로운 대로 끼적여대는 역사라는 문자의 기록보다 얼마나 진솔한 세월의 백서인가. -(<시무나무에 새긴 세월>)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닭이 개만큼이나 가까운 가족의 반려가 된다는 걸 알 것이다. 어둠을 밀어내고 아침을 알리는 그 청아한 울음소리에 잠이 깬 사람이라면, 봄날의 볕 바른 양지에서 종종거리는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한가로이 마당을 거니는 닭들의 풍경을 본 사람이라면, 닭이 단백질 이상의 존재라는 걸 인정할 것이다. -(<꽁지 빠진 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