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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의 전설

유목의 전설

(오래된 기억의 순례)

이시백 (지은이)
  |  
문전
2020-09-25
  |  
20,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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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의 전설

책 정보

· 제목 : 유목의 전설 (오래된 기억의 순례)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176104
· 쪽수 : 270쪽

책 소개

자타공인 '몽골 통' 이시백 작가가 <당신에게 몽골(2014)>에 이어 6년 만에 새로 펴낸 몽골 여행 에세이. 해마다 찾아간 몽골과 고비 사막에서 작가는 여행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성찰을 길어올린다.

목차

서문 - 몽골 가는 길
하늘로 날아간 호수
바람의 문으로 들어갔다
불은 막내아들이 지키라
내버려두라
모래강
유목민들이 지닌 현자의 돌
똥꽃이 피었습니다
나무는 왜 서 있을까
돌멩이에 관한 명상
물싸리꽃 베개
초원에 두고 온 오카리나
다른 세상의 달
우리가 어디서 다시 만나랴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위집으로 돌아가다
버섯머리의 인간
유목민은 왜 돼지를 기르지 않을까
늑대와 싸우는 개
푸른 늑대의 전설
욜린암의 말
사람은 어떻게 말을 탔을까
전쟁터에서 돌아온 말
낙타는 왜 힘들게 사막에서 살까
고비사막의 고래 낚시
손님은 길에서 잠들지 않는다
너는 어떤 냄새를 지녔느냐
칭기즈칸이라는 사람은 있었을까
알타이에는 말하는 짐승이 있다
하늘을 보고 누이다
게르는 집이 아니라 고향이다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죽었다 살아온 사람을 만나다
유목민은 아내를 빌려주나
캐러밴 스타일로 여행하다
유목민은 잔인할까
눈 덮인 다섯 왕을 만나다
떠도는 독수리의 부족
우리는 오랑캐인가

저자소개

이시백 (지은이)    정보 더보기
소설가.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증조부와, 이야기하기를 즐거워하는 부친의 역사적 사명을 이어받아 어쩔 수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메고 떠도는 이야기 보부상. 스무 해 동안 땡볕에 풀 매며 정주민으로 살다가 회의를 느낀 이시백은 정든 호미를 집어던지고, 해마다 여름이면 몽골을 헤매며 유목의 삶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용은 없다』, 『나는 꽃도둑이다』, 『사자클럽 잔혹사』, 『종을 훔치다』, 소설집 『응달 너구리』, 『갈보콩』, 『누가 말을 죽였을까』, 『890만 번 주사위 던지기』, 산문집으로 『유목의 전설』, 『당신에게 몽골』, 『시골은 즐겁다』 등이 있다. 권정생창작기금과 채만식문학상, 5ㆍ18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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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몽골에 가면 모래가 사람을 삼킨다는데 조심해라.
툭하면 몽골로 떠나는 내게 노모가 말했다. 요즘 들어 티브이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노모가 어느 사막의 모래 수렁을 보신 모양이다.
모래 수렁에 삼켜지지 않았지만 허리가 부러져 돌아와 이 글을 적는다. 여행을 마치는 날 느닷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슬퍼할 일도 딱히 없었고 부러진 허리는 러시아 진통제 덕에 그리 눈물을 흘릴 만큼 아프진 않았다. 목이 무언가에 졸리듯 메어오고 눈물이 쏟아졌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느닷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슬프기보다 당황스러웠다. 그런데도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 것이 아닌 어떤 슬픔에 목이 메어왔다.

석 달 동안 갑옷처럼 생긴 보조기라는 걸 두르고 누워지내며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그 눈물이 생각난다. 그건 누구의 눈물일까. 내 눈물이 아니라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모르는 내가 흘린 눈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몽골은 그렇게 나를 내게서 풀어내는 공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서 있으면 내 안의 성채에 갇혀 있던 무엇이 검은 양탄자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것은 불모의 언덕에 잎도 없이 말라가던 고비의 자끄나무로 서기도 하고, 영원히 푸른 하늘에 걸린 한 장의 생뚱맞은 구름이 되었다.

말하자면 이 글은 내가 나를 떠나 만난 나의 여행기다. 불모와 무화의 공간에서 비로소 조우한 나의 또다른 세계였다. 광활한 고비에 놓인 돌멩이가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기다리며 내게 들려준 이야기다. 아. 나는 고비의 작은 모래알이었다. 까끌거리는 입자들에 둘러싸여, 움켜쥐면 미끄러져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수렁이라고나 할까. 나이든 어머니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던 것이다.

돌멩이가 자라서 싹을 틔우도록 물을 주고, 밤마다 별을 건너는 이야기를 들려준 몽골의 형제 버드러와 볼로르마에게 감사하다.


유목민에게 대지는 어머니다.
땅을 어머니로 여기는 것은 여러 신화에 등장한다. 반고가 천지를 개벽하고, 여와라는 여신이 나타나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중국의 창조신화도 지모신의 원형을 지닌다. 유대인들의 성서에도 여호와가 흙(adamah, 아다마)으로 사람(Adam. 아담)을 빚으니, 대지는 어디에서나 창세의 어머니다.
이러한 신화 구조는 몽골의 유목민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벌거숭이가 되고, 개가 털을 가지게 된 이유’라는 몽골 설화에는 진흙으로 남자와 여자의 형상을 만들고, 그들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영생수를 가지러 가는 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보면 하나님이 땅에 사람 모양의 구덩이를 파고 천둥비를 내려 진흙으로 메웠는데, 비가 그치고 볕에 마르자 진흙이 굳어 사람으로 튀어나왔다고 한다. 땅이 사람을 만들어낸 어머니라는 원형은 다르지 않다.
대지를 인격화한 ‘에투겐’의 어의는 ‘어머니의 배’다. 대지는 젖과 피인 물을 흘려 사람과 가축과 풀을 자라게 하는 어머니의 자궁인 셈이다.
유목민들은 어머니인 땅을 파거나, 피로 더럽히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겼다. 칭기즈칸의 안다인 자무카는 초원의 헤게모니를 놓고 여러 차례 싸움을 벌이다가 칭기즈칸에게 포로로 잡힌다. 그간의 반목을 털고 화해하자는 제안을 받지만 자무카는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으며, 자신은 칭기즈칸 앞을 가로막는 돌멩이밖에 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며 죽음을 자청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무카도 한 가지 간청을 한다. 피를 흘려 어머니인 대지를 더럽히는 처형을 피하게 해 달라는 장면이 『몽골비사』 에 실려 있다.
“형제가 허락하여, 나를 빨리 떠나게 하면, 형제의 마음이 편안하다. 형제가 허락하여, 죽일 때 피가 안 나오게 죽여라! 죽어 누우면, 나의 유골이라도 높은 곳에서 영원히 그대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가호하여 주겠다.”
유목민에게는 죽음보다 두려운 것이 어머니 대지를 더럽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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