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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84454262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1-01-10
책 소개
목차
○ 인간 향연
중국 회화 속의 음식
○ 연회를 보는 또 다른 시선
<한희재 야연도> 해설
○ 사과의 힘
○ 애욕식색愛欲食色
○ 영화와 미뢰
○ 한자는 가장 맛있는 문자다
사식주의자 선홍페이는 이렇게 말했다
○ 과일에 담긴 진리
페이밍제와의 인터뷰
○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곧 복이다
리진의 음식을 주제로 한 수묵화와 그의 행적
○ 라오푸와 채소
○ 모두 이 한 입에 있소이다
현대미술에 나타난 음식의 이중적 표현
○ 예술품 ‘맛’
○ 화선花船
○ 멋스런 그릇, 맛스런 음식
○ 프랑스 식탁의 색 ○ 크리스털에 반사된 빛의 향연
○ 옛날 사진
책속에서
사과의 힘
청사과
‘파리스’ 시대에 화려한 식탁 위에서 붉은 광채를 발하던 황금 사과는 이제 설익은 청사과로 되돌아갔다. 마치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이 거대한 딱정벌레로 변해버렸음을 발견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어 오로지 사방으로 더듬이를 내뻗는 작가와 같이, 세잔 이후로는 사과마저도 낯설고 기이하게 변하고 말았다.
젊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18세가 되면 집을 떠나 먼 곳을 여행하며 마음껏 표출하고 시도해보고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실패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후기 인상주의 이후 현대 미술이 전하는 메시지이다. 이상은 잇달아 쏟아지고 여러 유파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의 청춘기를 맞아 예술은 마침내 더는 사실 그대로 옮기는 옛 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예술은 이제 자유다!
그리하여 사과는 카프카(Franz Kafka)처럼 거대하게 변해서 음흉한 눈길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좁은 방안은 음산한 공포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초현주의 화가들의 손길 아래 방은 살인과 욕정의 장소로 변했고, 이 사각의 상자에서 무대극이 상연된다. 거대하게 확대한 청사과의 녹색은 매우 도발적이다. 사과는 비정상적인 자리로 옮겨져서 화가의 독특하고 세밀한 필치에 따라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화면에 등장해 평범함 뒤에 가려진 신비를 드러낸다.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그는 평생 생활 속의 친숙한 대상을 소재로 하여 마치 사진과도 같이 정확한 필치로 환각적인 이미지를 창조했다. 붉은색보다 훨씬 은밀하게 보이는 녹색은 자기 암시와 예상치 못한 전율을 일으킨다. 사과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 묵묵히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도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들리는 비명을 그와 연관 짓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바로 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