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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서예
· ISBN : 978898445521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2-10-10
책 소개
목차
서론 | ‘선의 의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주제의 확정
제1장 | 자연에 대한 무력감과 지혜에서 나온 선
제2장 | 그리스의 입체와 중국의 평면
제3장 | 도식화된 선에서 발견한 호선의 아름다움
제4장 | 일필휘지, 일필화 그리고 둥근 곡선
제5장 | 선으로 표현된 문인화가들의 자유로운 정신세계
제6장 | 벽화와 권축화의 선
제7장 | 분본, 선묘, 백화
제8장 | 이공린의 백묘화 「면주도」의 가치
제9장 | 붓과 먹, 그리고 선의 멋
후기 | 정신과 몸, 선에 담긴 감정
책속에서
서양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과 더불어 소실점과 역동성을 발견했다. 중국인들도 지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지만 서양처럼 지구 밖이 아닌 창공으로 관심이 모아졌고, 여전히 정태적인 2차원에 머물렀다. 중국 고대의 성현들은 2차원의 무한한 공간을 둘러싸고 스스로를 사색하고 반성하여 ‘도(道)’를 관조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경지는 고대 중국 예술가들의 영혼이자 과학자들의 정신이었다. 도는 신비하고 규칙성이 없고,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서 우주정신을 구현한 것이다. 도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말미암아 실질적인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은 간과되었다. 예술적인 조형은 인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으므로 중국 화가들은 실험적인 형식보다는 경험을 중시했다. 이는 서양의 인상파 화가 모네가 종일 같은 풍경을 10여 차례나 그렸던 실험적인 태도와 확연히 다른 점이라 하겠다.
- 제2장 그리스의 입체와 중국의 평면
이숭(李嵩)의 「화람도(花籃圖)」를 보면 꽃들은 명도는 다르지만 모두 한 가지 색으로 표현되었다. 색채는 자연색상과 사람이 보고 느낀 색상의 합일체이다.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이 긴밀하게 관계를 맺도록 하는 유기적 화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단순한 색채고, 색채가 순수할수록 연상할 수 있는 공간도 더 커진다. 서양화의 미묘한 색채 변화는 시간의 변화를 의미한다. 모네는 아침과 저녁이라는 시간에 따라 같은 풍경이 미묘한 색채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우리는 아침과 저녁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없고, 다른 공간을 한꺼번에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중국의 고대 화가들은 시공합일을 시도했다. 그들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너무도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시공합일을 통해 생명의 역동성을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제3장 도식화된 선에서 발견한 호선의 아름다움
회화는 문인들이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필연적인 수단이었다. 서법의 필법과 기교를 녹여낸 문인화는 유학자들의 교양과 사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문인화가들은 작품의 수준은 화가 본인의 품성과 자질을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품의 소재와 주제는 정신세계의 표출이므로 화가나 감상자의 작품에 대한 인상이나 평가는 대상의 본질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림의 가치는 자연의 사물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묘사 대상이 예술적 언어로 승화되어 화가의 정신을 담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인화는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전업화가와는 달리 한두 번 붓질로 생략적인 묘사를 하는, 이른바 ‘일필초초(逸筆草草)’의 그림으로 세속에서의 초탈과 자유를 추구했다.
-제4장 일필휘지, 일필화 그리고 둥근 곡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