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각형

Ⅰ 역광(逆光)
Ⅱ 기억의 고집
Ⅲ 황소와 바이올린
Ⅳ 빛의 거미줄
Ⅴ 심곡(心曲)
Ⅵ 그림자 물고기
Ⅶ 호모우시오스(Homoousios)
Ⅷ 숭정금실(崇禎琴室)

작가후기 - 길 밖에서

되돌아가는 곳은 바로 떠난 지점. 그러나 발걸음의 끝은 마음속 깊은 곳 아니면 선험 이전의 전(前)과거 아닌가. 떠난다는 것은 그러므로 결코 어느 곳으로도 떠날 수 없다는 것의 반증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돌아와 있는데도, 또 늘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 밖으로, 죽음과 가깝다고 말하는 그런 장소로, 빛 없이도 세상이 보이고, 어둠 속에서도 세상이 투명해지는 그런 곳으로 다시 떠나가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러려면 이제는 어떤 것을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 '그 자체'를 떠나야 한다. 언어 그 자체, 형상 그 자체, 있음 그 자체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