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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989894
· 쪽수 : 209쪽
· 출판일 : 2009-08-26
목차
Part 1
바람
소리
빛깔
창
비
바다
불꽃
눈
Part 2
까뮈와 푸푸카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옷 공작소
옛집에는 옛 소리들이 떠돌고
마다카스카르의 붉은 장미
술독에 빠진 시인
회색늑대를 닮은 남자
당신이 바람났으면 좋겠어요
날아간 새 그리고 날아든 새
오페라의 유령
소설쓰는 남자
진실은 점성술사가 알고 있다
푸른여우의 저주
과거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네 마음에게 물어봐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그 여자가 살던 집
두 명의 낯선 남자
차가 식을 동안
작가의 말_기억 속에서 우리는 타인이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부드러운 미풍이다. 바람은 꽃밭의 꽃잎 위에서 잠시 떨다가 바둑이 털을 어루만지고, 꾸들꾸들 말라있는 옷가지들을 살짝 건드렸다. 미풍이 빨래를 건드리는 소리가 너무 낯설어서 아기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물방울을 떨구던 빨래가 마를 동안 사라진 것들에 대해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오르고 있는 언덕길 동네는 바다가 가까워서 바람이 많았다. 유월의 적당히 부드러운 바람은 어렸을 때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흔들고 지나간 그 바람과 닮아 있었다. 그 바람 때문에 갑자기 그 동네가 외로워보였다. 그 동네를 오르고 있는 엄마도 아빠도 모두 외로워 보였다.
불꽃놀이가 끝나자 사람들이 언덕길을 내려갔다.
“나한테 폭약이 있어. 그걸로 우리 집에서 불꽃놀이 하자.”
집 앞까지 왔을 때 엄마가 은아네로 가려는 금이를 불렀다.
“그럼 네 방 창문에서 보고 있어 알았지?”
은아가 아쉬운 듯 말했다. 집으로 들어온 금이는 창가로 달려갔다. 곧 은아네 정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조금 전 공원에서 보았던 화려하고 장엄한 불꽃이 아니고 힘없이 피어 올랐다가 스르르 지는 조촐한 불꽃이었다. 은아도 그걸 알았는지 한꺼번에 여러 개를 터트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니 갑자기 환하고 강열한 불기운이 치솟았다. 불꽃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금이가 상황을 판단하는 그 짧은 사이에 위의 다락방에서 언니가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콰당탕하는 계단 소리에 이어 은아네로 달려가는 언니, 오빠, 까뮈의 모습이 보였다.
허옇게 질린 금이가 은아네로 뛰어갔다. 달려가는 금이의 무릎이 자꾸 꺾였다. 은아네 대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안에서 나오던 까뮈가 금이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