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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5967944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7-05-1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의지와 작별하기
인디고 나무 그늘
누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죽였는가
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
거울이 놓인 방
무도회의 수첩
나의 문학적 연대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오랜만에 서랍에서 꺼내 입은 캐시미어 스웨터를 한번 쓸어보고, 따가운 햇빛을 가려 주는 펠트 모자를 고쳐 쓰고, 복고풍 코코 샤넬 악어 핸드백을 다른 팔에 옮겨 든 다음 걸음을 재촉했다.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스쳐갔다. 바람 속을 살랑이며 걸어가는 그녀는 어느 누구와도 달랐는데, 마치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부터 불쑥 튀어나온 것 같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바람은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을 흔들어 사방에 향기를 흩뿌렸다. 재스민과 장미와 이름모를 들꽃에서 뿜어 나 오는 향기를 헤치고 걷는 그녀에게서 은은히 좀약 냄새가 풍겨 나왔다.
―인디고 나무 그늘
한순간의 소동이 인 후 거짓말같이 평정을 되찾은 광장을 질러 나오다가 그녀는 땅에 떨어진 책을 보고 주워들었다. 표지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이름을 본 그녀는 조금 놀랐다. 그때 남루한 옷차림의 동양 소년이 광장을 가로지르며 다가왔다.
"그 책 제 것인데요."
"베르톨트 브레히트 말이니?"
그녀는 의외라는 듯이 소년을 살펴보면서 책을 건네주었다.
그 책과 소년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고마워요."
소년이 굉장히 중요한 귀중품을 다루듯 옷소매로 책 표지를 문질렀다. 그녀는 한두 발짝 걷다 말고 뒤돌아섰다.
"네가 브레히트를 아니?".
―누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죽였는가
그녀는 왜 음식들마다 그 남자에 대한 추억들을 달리 갖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리소토 요리는 햇빛 찬란한 토요일 오후의 한적한 시골 식당과 햇볕에 눅진거리는 아스팔트같이 늘어지는 시간 속에서 와락 느꼈던 섬뜩한 기분을 떠올리게 했다.
―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