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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에세이
· ISBN : 978898571493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1-07-26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 4
추천의 글 / 6
추천의 글 / 10
제1부
모르쇠 선생님
경찰국장댁 유리창을 박살낸 다섯 제자들 …
첫 시간에 반한 강화여고 112개의 눈동자 …
선생님은 도망가면 집에까지 쫓아와요 …
학생들과 함께 주워 먹은 음식물 쓰레기 …
모르쇠 선생님과 다섯 제자들 …
화수동 빨래터에서 터득한 개똥철학 …
생활지도는 역시 체육과가 제격이야! …
섬마을 선생님과 뭉치 제자들 …
사라진 담배 연기, 3진 아웃 …
제2부
빨래터 제자들
만우절 날 점심시간에 받은 어떤 영수증 …
어느 여학생에게 전하는 때늦은 사과 …
내 마음속에 큰 미안함을 남긴 정아에게 …
맷돌 돌리는 성실성이 꿈을 일군다 …
진드기 같은 놈, 독사 같은 놈, 기특한 놈 …
선생님 아버지와 비탈에 선 나무들 …
교장선생님과 친했던 1학년 왕꼬마 …
밤에는 CCTV에 안 찍히는 줄 알았어요 …
제3부
가정이 바로 서야 학교 교육이 빛을 낸다
학생의 생활습관을 보면 부모의 얼굴이 보인다 …
가정이 바로 서야 학교 교육이 빛을 낸다 …
마당 쓰는 젊은이를 보고 사윗감을 고른다 …
자율의 문턱에 걸터앉은 일탈의 심리 …
봄소풍 날 보여준 학생들의 어른 흉내 …
나쁜 습관에 감염된 변순이의 핑계 …
신의의 죽음을 함께 조상한 38명의 아이들 …
교감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벌을 받던 날 …
난생 처음 고급 점퍼를 선물 받던 날 …
제4부
인생역 플랫폼에서
교장이란 자리를 만들어준 잊지 못할 얼굴 …
내 인생을 바꾸게 한 책들 …
헌신적인 사랑은 체머리도 사라지게 한다 …
추억은 아름답지만 때론 진한 그리움을 부른다 …
서울 왕복 660리 길을 걸어서 이룬 내 친구의 꿈 …
문어발 성적표와 신포동에서 생긴 일 …
어느 학부모님과 제자가 준 특별한 선물 …
여고생의 졸음을 쫓아주던 나의 첫사랑 이야기 …
<후기>
학교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
책 속의 작은 시집 1 / 115
책 속의 작은 시집 1 / 255
저자 연보 / 263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자의 글]
3막 중 2막의 장막이 드리워진다
나는 누구였나?
혼이 담긴 역할을 했는가.
이 시간 숨을 가다듬고 뒤돌아봅니다.
내 역할이 선이었던가, 악이었던가?
독은 되지 않았나?
밑줄 친 대본을 들척여 봅니다.
떠나는 저 사람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우리 마음속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감동인가! 분노인가! 자책인가!
객석에서 배우의 등을 보며 한 마디씩 합니다.
내용 없는 환타지에 NG감은 아니었는지?
내 역할이 이랬으면 좋으련만!
울림이 있었다.
제 역할 한 배우였다.
나와 함께 한 이들 중 누군가의 마음에 자리하여
내 낡은 밑줄 친 대본을 들추었으면…….
오늘,
장막 속으로 떠나는 배우가
힐긋,
관객의 반응을 살핍니다.
보잘 것 없는 역할이지만
밑줄 친 대본을 손에 꼭 쥐고 있습니다.
가자! 3막으로…….
2011년 7월 26일
인천계양고등학교에서 유 병 철
1996년은 나에게 해운처럼 느껴지는 한 해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키는 작지만 야무지고 긍정적인 성향의 반장을 만났다.
4월 1일 아침 반장(손미현)이 오늘은 1개월이 되었으니 반 학생들이 선생님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떠냐고 의사를 물어왔다. “식사 준비는 우리가 할게요. 식당으로 가지 말고 곧장 교실로 오세요.” 했다.
“메뉴가 뭐야?”
“비밀이에요”
가끔 교실에 가보면 커다란 양은그릇에 몇 명이서 준비한 도시락(그때는 학생들이 도시락을 가져올 때임)과 반찬을 쏟아 부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경우를 봤다. 혹시 만우절이니 그 비빔밥에 후추나 매운 고추장을 많이 넣지는 않을까 생각되어 조심해야지 하고 다짐했다.
점심시간에 교실에 들어서니 자장면 냄새가 진동했다. 교탁 위에 자장면이 한 그릇 놓여 있었다.
“고맙다!”
“괜찮아요!”
“너희들도 도시락 꺼내야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일제히 책상 속에서 자장면을 올려놓았다. 합창으로 “잘 먹겠습니다.” 하는 인사가 나왔다.
학생들과 같이 자장면을 먹으면서도 예감이 이상했다. 기분 좋게 자장면을 다 먹은 학생들이 “잘 먹었습니다.” 하고 키득거리며 야단이었다. 그러더니 반장이 앞으로 나오더니 자장면을 단체로 시킨 영수증을 내밀었다.
만우절에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했는데 그만 당한 것을 알고는 한바탕 웃으며 나왔다. 전날부터 사전에 계획을 짜고, 점심시간 끝남과 동시에 5분 안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내가 시간이 끝나고 교무실에 책을 놓고 화장실 들러서 교실에 가는 사이에 그런 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것이다.
학교에 있다 보면 만우절 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뒤로 돌아앉아 있기도 하고, 반 전체를 바꾸기도 하고, 몇몇 학생이 반을 바꿔놓기도 한다. 교실에 가보면 학생들은 없고 칠판에다 “음악실로→”라고 적어놓기도 한다. 학생들은 평소에 자신을 선생님이 잘 알고 있으니까 반을 바꾸어놓아도 잘 알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교사는 자기 반이 아니고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 풍경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그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참 기분 좋은 날이었다. 아침에는 학생들의 꽃 달아주기, 내 시간에는 노래로 한 시간을 보냈다. 손미현 반장의 트로트 노래 솜씨는 대단했다.
그 후에도 종종 시험이 끝나면 노래를 한 자락씩 들었다. 그때 여학생들이라 선생님이 같은 옷을 보름씩 입고 다닌다고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그때 하복 양복이 없는 것을 알고 흰색 캐주얼 하복을 한 벌 선물해 주었다. 역시 여자들의 눈썰미는 알아줄 만하다. 신기하도록 그 옷이 내 몸에 딱 맞았다.
지금도 그때의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 종종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여학교는 그만큼 학교생활이 재미가 있고, 졸업 후에는 잠잠하다. 그러나 남학교는 정반대다.
(본문 74쪽에서 인용)
1996년 3월 6일.
부광여고 3학년 담임시절.
정○선 학생을 면담했다.
4일 전인 3월 2일 담임 첫 시간에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성장기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했다. 3월 3일부터 매일 몇 명씩 오후 자율학습시간을 이용하여 그 자료를 바탕으로 면담을 실시했다.
정○선이가 제출한 성장기를 보니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계는 엄마가 직장을 다니며 책임지고 있다. 가정이 넉넉하지 못했다. 오빠와 언니가 있다. 합창동아리 에클레시아에 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안 계시네?”
“네.”
“아버지가 살아 계시면 나이가 나와 비슷한 것 같네?”
“그럴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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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
“네에.”
“선생님을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해. 도울 수 있으며 도울게.”
“그런 말을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어요!”
정○선이와는 그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면담을 끝마쳤다.
저녁 9시가 넘었다. 좀 일찍 퇴근하던 한상옥(현 신현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행정실에서 인터폰을 했다. 선생님네 반 학생이 이상하니 좀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그 인터폰을 받고 아래층 현관에 내려갔더니 널부러진 여학생이 있었다. 옆에 가니 술 냄새가 확 풍긴다. 옆에는 좀 정신이 멀쩡한 옆에 반 친구 김○화가 있고, 우리 반 정○선이는 그로키 상태였다.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의 눈에 띌까 봐 우선 1층 1학년 현관 옆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3월이라 세면 바닥은 냉기가 심하였다. 얼른 책상 4개를 끌고 와 붙여놓고 학생들 의자에 놓여 있는 방석을 모아 놓고서 그 위에 뉘였다. 아까부터 뭐라고 계속 입으로 주절거렸지만 정○선이를 옮기느라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여유가 생기니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야, 개가 나보고 아버지라고 하래.”
“야아, 웃겨!”
“개가 왜 내 아버지야?”
“야아, 웃기지 않냐?”
혀 꼬부라진 소리로 술 주정을 반복했다. 옆에 앉은 김○화 학생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정○선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말을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야, 야, 담임이야!” 하고 귀에 대고 계속 속삭여 댔다. 그러나 정○선이는 인사불성이었다.
정○선이가 조용해진 뒤 자초지종을 물으니 저녁 먹으러(그때는 학교 식당이 없어 저녁이면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 밥을 사먹었다) 나갔다가 라면을 먹으면서 소주 두 병을 사서 정○선이는 1병 반을 먹고 진화는 반병을 먹었단다. 저녁도 변변찮은데다 안주 없이 먹은 술이 정신을 빼앗아 갔나 보다. 조금 있으니 토하기 시작했다.
라면발과 시큼한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교무실로 뛰어가 휴지와 수건을 가지고 와서 치우기 시작했다. 더러운 줄도 모르고 치웠다. 술 뒷바라지는 군대시절부터 이골이 나 있던 나다. 몇 차례 토하더니 잠잠해지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교실 바닥과 책상 위를 말끔히 치웠다. 더러워진 방석 1개는 쓰레기장에 버렸다. 시간은 11시 30분이 넘었다. 밤은 깊었는데 술 취한 저 여학생을 어쩌나?
해결 방법이 묘연했다. 정○선 친구 김○화의 집이 가정동 나와 같은 방향이었다. 내 차가 있으니 방향이 같은 김○화네 집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었다. 정○선 집에는 김○화를 시켜 친구 집에서 잔다고 연락하고, 언니와 둘이 잔다는 김○화 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오늘 하루 정○선이를 잘 부탁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음날 출근하여 교실에 먼저 가보니 정○선이 자리에 누워 있었다. 조회 시간에 교실에서 곁눈으로 흘깃 보니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 앉아 있는데 얼굴은 하얗고 죽을상인 것 같다. 모르는 척 나와서 그날 수업하는 교과 선생님들한테 “오늘 정○선이가 많이 아프니 자더라도 깨우지 말라.”고 부탁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는 일찍 집에 보내줬다.
그날 있었던 일은 한 마디도 말한 적이 없다. 계속 모르쇠로 나갔다.
다음날 출근해 보니 책상 위에 초콜릿과 박카스 병 크기의 작은 병에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꽃은 종류만 바뀌면서 시들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4월 소풍 때 내 팔을 바짝 잡은 정○선이와 찍은 사진은 누가 봐도 부녀지간 같았다. 그 사진이 든 손바닥만한 크기의 액자가 꽃병과 같이 1년 동안 내 책상 위를 지켰다.
10월 어느 화창한 날 반 학생들에게 잠시 맑은 공기를 선사하고 싶었다. 반장을 불러 자율학습 시간에 운동장에 모이라고 했다. 준비물은 1개 분단에 플라스틱 병 1개씩이라고 했다. 구령대 앞에 긴장된 학생들이 4열 횡대로 서 있었다. 그때는 잘못하면 담임이 자율학습 시간에 단체 벌을 주었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들이 “야, 뭐야?”, “뭐야?” 하면서 이유를 알려고 웅성댔다.
“앞으로― 가앗!”
“뒤로 돌아 가앗!”
“좌향 앞으로 가앗!”
그렇게 한동안 학생들을 걷게 만들다가 정문 쪽으로 학생들을 인솔했다.
“지금부터 메뚜기 잡으러 간다.”
“한 분단에 1병씩 잡아야 한다.”
“장소는 저 누렇게 익은 논이다.”
반 학생들을 누렇게 벼가 익은 논(지금의 삼산체육관 자리) 두렁을 걸으면서 메뚜기를 잡게 했다. 메뚜기가 없었다. 있어도 소리만 질렀지 잡지도 못했다. 내가 몇 마리 잡고는 끝이었다. 나의 추억으로 이맘때 논두렁을 거닐면 내 팔, 다리, 몸에 붙는 메뚜기들이 지천이었는데 그날은 볼 수가 없었다. 농약의 영향인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나는 자율학습을 빼먹는 별난 선생이 되고 말았다. 논두렁 풀에 뜯긴 스타킹 사내라고 원성도 들었다. 메뚜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 후에 정○선이가 준비한 꽃병에는 메뚜기(고무로 만든 실물과 꼭 같은 메뚜기 모형) 두 마리가 친구로 같이 마주 보고 있었다.
졸업 후 정○선이와 만나면 “술 많이 늘었어?” 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아이 하, 하, 하!(둘만 알 수 있는 비밀)”
그 후, 합창단의 인연으로 만난 남친과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냈다.
용산예식장에서 본 후 소식이 없다.
(본문 97쪽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