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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650997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07-06-24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현대편
김소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한용운 -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상화 - 나의 침실로
이상 -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의 노래
박인환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박목월 -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유치환, 이영도 -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백석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조선편
황진이 - 보내고 그리는 정
임제 - 로맨티시스트의 사랑
홍랑 - 밤비에 새닙곳 나거든
계랑 - 이화우 흩날릴 제
이옥봉 - 절필로 사랑을 쓰다
서구편
단테 - 구원의 여인 베아트리체
괴테 - 베르테르의 슬픔
푸슈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루 살로메 -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헤르만 헤세 - 지와 사랑의 노래
부록
시에 관한 명언 모음
사랑에 관한 명언 모음
러브스토리 속의 스타들의 사랑 명언
저자소개
책속에서
1956년 이른 봄, 전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어느 정도 복구되어 제 모습을 찾아가는 명동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경상도집'에 몇 명의 문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가수 나애심도 함께 있었는데, 몇 차례 술잔이 돌고 취기가 오르자 일행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했다. 그러나 나애심은 노래를 하지 않았다. 박인환이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즉석에서 시를 써내려갔다. 그것을 넘겨다보고 있던 이진섭이 그 시를 받아 단숨에 악보를 그려갔다. 그 악보를 들고 나애심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가 바로 '세월이 가면'이라는 것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세월이 가면' 전문
그러나 이런 멋진 시가 즉흥시로 씌어졌다는 것이 쉬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시에 대하여 강계순은 평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세월이 가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져 잇다. 이 시를 쓰기 전날 박인환은 십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었던 그의 첫사랑의 애인이 묻혀 잇는 망우리 묘지에 다녀왔다. 그는 이생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도, 시도, 생활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먼 애인의 눈동자와 입술이 나뭇잎에 덮여서 흙이 된 그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 출처, <아! 박인환, 문학예술사,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