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길을 묻다

떠도는 그 순간이 꽃시절이다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착
나는 봄이 오는 것이 무척 싫었다

01_ 해를 기다리다
02_ 꽃들도 사랑을 한다
03_ 작은 학교 아이들
04_ 그 속에 내가 있었다
05_ 봄날은 간다
06_ 뒤에, 간이역이 있다
07_ 짐을 내리는 낙타가 있다
08_ 내 집에 들다
09_ 나무는 서 있다
10_ 스님, 뒤돌아 보세요
11_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12_ 꽃들에게 길을 묻다
13_ 꽃은 져도 꽃이다
14_ 사랑, 그 연등 불빛 아래
15_ 여행처럼 왔다가는 가을
16_ 꽃, 목숨을 걸다

사랑의 열매처럼 붉고 단정한 모습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또한 그 열매는 겨울 한철 산짐승의 요긴한 먹이감이기도 하다. 길 없는 산을 오르는데 늘 방해가 되었던 철책 같은 청미래넝쿨, 그 붉은 열매를 씹어가며 걸으면 드디어 가을산에 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저 연하디 연한 잎들이 커서 가시를 키우는 청미래덩쿨을 보면서 결국 사나운 가시를 만든 것이 세상이고 세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솜털처럼 잔잔했던 아내가 강해진 것은 내가 그 가시를 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 몸에도 역시 가시가 많이 돋았을 것이다. 저 녹색의 연한 청미래꽃도 가시와 함께 붉게 열매가 익어갈 것이다. - 본문 81쪽, '봄날은 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