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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8996904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08-04-21
책 소개
목차
지은이의 말
1 악몽
2 괴물들
3 새로운 시작
4 하얀 원피스와 지뢰
5 두 소녀의 운명
6 춤출 수 없는 아이
7 네 잘못이 아니야
8 집으로
9 새 아빠
10 바느질을 배우다
11 뜻밖의 행운
12 불의 비밀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소피아는 다리가 하나만 없어진 줄 알고 있었다. 나머지 다리도 없다는 것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닥터 라울은 소피아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알게 되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다.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더 이상 병원에서 소피아처럼 지뢰 때문에 온몸이 산산이 부서진 소녀를 보지 않게 되길 바랐다.
그리고 이젠 이 소녀가 살아남았으면 하고 바라기 시작했다. 아직도 염증이 생길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는 소녀가 모든 것을 극복하리라 믿었다. 소피아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이 아이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 내야만 하는지 그로서는 결코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소피아는 강했다.
수백 킬로를 들어 올리는 남자가 강한 게 아냐. 지뢰를 밟고 난 뒤에도 살아남은 아이가 강한 거야. 닥터 라울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간호사들을 통해서 소피아가 거의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90쪽 '6 춤출 수 없는 아이' 중에서)
소피아는 잠결에 남자들이 서로 나지막하게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리아는 구하지 못할 것 같아요. 부상이 너무 심해서 감염을 막을 수가 없어요.”
목소리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저 애는 강해요. 두 아이 다 강해요.”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기다려야만 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게 다예요.”
말소리가 그치고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소피아는 깊은 어둠 속에서 자기가 들은 얘기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머물다 사라지곤 하는 고통이 소피아를 그 생각에서 떼어내 땅속 어둠의 바다로 내몰았다.
마치 몸 안에서 불이 타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아프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피아는 마리아와 함께 밭으로 가던 중이었다. 기억나는 건 그뿐이었다. 소피아는 마리아가 자기가 만들어 준 하얀 옷을 입고 있어서 화가 났었다. 밭에서 옷을 더럽힐지도 모르는데. 둘은 서로 밀치며 놀았다. 그들은 함께 웃었고 장난을 치며 뛰어다녔다. (80~81쪽 '5. 두 소녀의 운명' 중에서)
사실 앞으로 소피아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은 단 두 가지뿐이었다. 춤추는 것과 달리는 것.
그 사실이 소피아를 슬프게 했다. 달리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결코 다른 여인들과 둥그렇게 둘러서서 춤을 출 수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거의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 또 한 가지 있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나랑 결혼해 줄 남자가 있을까? 의족으로 걸어야 하는데도? 춤을 출 수 없어도 결혼하려 들까? 아이를 낳을 수 있긴 할까? 어쩌면 평생 아이를 업어 보지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소피아는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운명을 자극해서 점점 더 두려운 상황 속으로 빠져 들 것만 같았다. (146~147쪽 '9 새 아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