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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9703808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핸드폰 핸드폰
편의점에서 긋는 곡선
무의 셈본
붉은 색실로 지은 시간
바람바퀴를 단 기형물
호떡 굽는 날
하일 히틀러
금고기를 보내며
숭선에서
텔레비전 버리기
평론
헐벗고 굶주린 정신에 대한 보고-강준용 씨의 <숭선에서> / 방민호
'본능적 욕망의 덫'과 '인간 가치의 상실' / 이태동
"강준용의 소설" 읽기 / 임헌영
'붉은여우'의 경계선을 넘어서 / 김성수
작가 단상
전설의 소설가에 대한 단상 - 강준용을 말하다 / 유민
작가와 작품 연보
작가는 작품으로 말할 뿐이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두만강 최상류 마을 중 마지막 마을은 숭선이라는 말을 듣고 도리어 내가 그쪽을 택했다. 마지막에는 분명 무언가의 경계가 있고, 그것은 내가 서울이란 거대한 철로 된 상자 속을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붉은여우가 재주를 넘어대는 그 경계선이 있는 서울, 무료로 서커스 곡예술을 관람시켜 준다 해도 입장치 말아야 할 곳이었다. 신비스러움이 벗겨지며 시시한 권태가 따른다. - '숭선에서' 중에서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가 염불처럼 웅얼거리며 셈을 세는 어머니의 음성을 만들었다. 그는 이끌리듯이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었다. 어둠을 휘젓던 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쳤다. 박하에 혼류된 냉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온갖 고뇌와 갈등으로 오염된 그의 몸체가 그 바람에 녹는 것을 만끽하며 베란다의 난간에 올라섰다. 별이 든 밤하늘이 그를 향해 펼쳐졌다. 순간, 그는 몸속에 잔재해 있는 불규칙적인 사고가 다림질 받은 이불 홑청마냥 펴지는 걸 느꼈다. 하나 둘 다섯, 그는 우습잖게 헤어지는 셈을 하면서 어둠과 바람을 향해 몸을 띄웠다. - '무의 셈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