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0028679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 싫은 아이
제2장 : 싫은 노인
제3장 : 싫은 문
제4장 : 싫은 조상
제5장 : 싫은 여자친구
제6장 : 싫은 집
제7장 : 싫은 소설
리뷰
책속에서
――이것이 평범한 어린아이일까?
염소 같은 눈동자. 좌우로 벌어진 눈. 거의 기복이 없는, 구멍밖에 없는 것 같은 코. 그리고 반쯤 벌어진 칠칠치 못한 입매. 그것들이 이상하게 큰 얼굴에 산만하게 배치되어 있다.
거대한 얼굴이었다. 어른의 두 배는 될 것이다.
머리카락은 짧고 가지런하게 잘려 있다. 피부는 창백하고 탄력이 없어 보이는――그렇다, 시체 같은 질감이었다. 눌러도 들어갔던 자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생기 없는 우레탄 같은 피부.
반대로 몸은 이상하게 작았다. 3세 아동 정도의 크기일까. 다만 머리――라기보다 얼굴이 커서 키는 5, 6세 아동과 비슷한 정도다. 운동복 같은 구깃구깃한 옷과 반바지를 입고 있고, 옷자락에서 가느다란 맨발이 삐져나와 있다.
복장은 분명히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렇다면 앞장서 가는 나는 틀림없이 그보다 더 앞에 있는 내 등을 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고, 뒤에 있는 나는 그보다 더 뒤에 있는 나의 시선을 받고 있을 것이 틀림없지 않은가. 안개 속에서 나는 시간이 계속되는 한 무한하게 증식하는 것이다. 그렇게 싫은 일이 있을까. 싫다, 싫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고, 나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만일 따라잡아 버린다면――그것은 더 싫겠지만.
실제로 내가 지금부터 찾아가려는 곳은 내게 더없이 불쾌한 추억을 환기시키는 불길한 장소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도 나는 그곳에 다니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불길한 장소에 다니면서 불쾌한 추억을 반추한다는 무위한 행위야말로, 내게 큰 쾌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불쾌함에 감싸인 쾌감. 불안에 감싸인 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