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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이론/경제사상
· ISBN : 9788990247544
· 쪽수 : 451쪽
· 출판일 : 2011-09-15
책 소개
목차
1부 더 많이 요구하라, 그러면 더 많이 얻을 것이니
1. 290만 달러짜리 커피
2. 종잡을 수 없는 가격
3. 부메랑이라는 신화
2부 검은색은 밝은 둘레를 가진 흰색이다
4. 육체와 영혼
5. 검은색이 흰색이다
6. 헬슨의 담배
7. 가격 매기기
3부 비일관성은 피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8. 투입.산출 비율
9. 모리스와 함께한 점심
10. 머니펌프
11. 베이거스 최고의 승률
12. 합리성 숭배
13. 카너먼과 트버스키
14. 휴리스틱과 바이어스
15. 악마의 훌륭한 속임수
16. 프로스펙트 이론
17. 공정성 규칙
18. 최후통첩 게임
19. 사라져가는 이타주의자
20. 피츠버그는 문화가 아니다
21. 휴리스틱 공격하기
22. 거래할까 말까
23. 알곤 행성에서의 가격
4부 가격은 위험한 조작 장치다
24. 72온스짜리 공짜 스테이크
25. 가격 비교
26. 프라다 팔아먹기
27. 식당 메뉴의 심리학
28. 슈퍼볼 티켓의 가격
29. 모든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상자에 담지 마라
30. 누가 전화 요금 고지서를 두려워하는가?
31. 쿠폰으로 새는 돈
32. 허공에 지불하는 가격
33. 싸게 더 싸게
34. 99센트 상점의 미스터리
35. 의미 없는 0들
36. 현실 제약
37. 워홀의 비치 하우스 팔기
38. 그라운드호그 데이
39. 앵커링이란 바보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40. 주의력 결핍
41. 음주와 협상
42. 1,0009달러를 갖고도 넉넉히 살 수 없는 세상
43. 화폐환상
44. 중성자탄 제인
45. 미모 프리미엄
46. 바가지 씌울 대상을 찾아보자
47. 젠더의 가치는?
48. 이것은 모두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49. 액체로 만들어 파는 신뢰
50. 백만장자 클럽
51. 장난꾸러기 Mr. 마켓
52. 신의 사랑을 위하여
53. 앵커링 해독제
54. 버디 시스템
55. 내가 느낀 분노는 얼마짜리일까?
56. 정직 상자
57. 돈, 초콜릿, 행복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제스트 사는 레몬 맛 바의 모양을 약간 바꾸어 중량을 10그램 가량 줄였다. 그러나 포장박스의 크기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화장지 제조업체 퀄티드 노던 사는 울트라 플러시라는 화장실용 휴지의 폭을 1센티미터 줄였다. 티슈 제조업자들은 티슈 한 장의 세로 길이를 22센티미터에서 21센티미터로 줄였다. 하지만 티슈 박스의 크기는 예전과 동일하게 가로 24센티미터로 그대로 두었고, 가격도 그대로 두었다. 대신 박스 내부의 숨겨진 빈 공간은 공기로 채워놓았다. 하지만 입구가 가운데 있어서 구매자들은 이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예전의 티슈와 새 것을 직접 비교해보지 않는 이상 이 속임수를 알아챌 수 없다.
물론 이런 속임수는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이 방식을 계속 쓰면 시리얼 박스는 마분지 봉투만큼 얇아질지도 모르고, 땅콩버터 용기는 텅 빈 플라스틱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결국 언젠가는 누구나 눈치챌 수밖에 없는 변화를 가져와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만다. 이때가 바로 경제적 용량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포장박스가 등장하게 되는 시점이다. 다만 크기, 모양, 디자인을 한꺼번에 모두 바꾸어 눈으로는 이전 포장박스와 용량을 쉽게 비교할 수 없게 만든다. 소비자는 새롭게 포장된 제품을 새로운 가격에 사는 게 이전보다 이득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상품을 그냥 카트에 던져 넣고 만다. 이렇게 포장박스의 크기를 줄이고 바꾸는 과정은 무한히 반복된다.
눈에 빤히 보이는 사기라고 생각하는가? 맞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사기는 너무 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빤한 속임수라는 걸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차라리 돈을 더 내고 예전 용량을 사는 게 낫겠다고 불평한다. 또 사람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용량표를 비교해서 100그램당 가격이 얼마인지 확인한 후 사야겠다고 맹세하고, 이제는 절대 바보처럼 속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가격 컨설턴트들은 소비자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말처럼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가격에 대한 기억은 짧고, 상자와 포장에 대한 기억은 더 짧다.
반올림된 숫자보다 아주 조금 낮은 숫자로 매겨진 가격을 ‘단수 가격’이라고 부른다. 이런 가격은 주로 9 또는 99로 끝나는 가격을 의미하지만, 98이나 95로 끝나는 가격을 가리킬 때도 있다. 단수 가격은 심리학적 가격 결정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1936년 컬럼비아 대학의 엘리 긴즈버그는 ‘관습적인 가격’이라는 것에 대한 한 페이지짜리 글을 발표했다. “여러 해 동안 이 나라의 소매가격은 십진법 단위에서 1센트 혹은 2센트 모자라는 가격으로 표시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0.49, $0.79, $0.98, $.1.49, $1.98 등으로 표시된 가격이 그렇습니다.” 긴즈버그는 익명의 대규모 소매상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비공식적인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그 회사는 카탈로그를 여러 버전으로 인쇄할 만큼 호기심이 많은 회사였다. 몇 개 버전의 카탈로그에서는 이미 관습이 되어 있는 끝자리가 9로 끝나는 가격으로 제품들을 소개했고, 다른 버전에서는 모두 반올림한 가격을 매겨보았다. 긴즈버그에게 실험의 결과는 당혹스러운 만큼 흥미로웠다. 단수 가격일 때 어떤 상품은 판매량이 증가한 반면, 어떤 상품들은 판매량이 감소했다. 그의 간략한 보고서에는 이 결과에 대한 통계적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다. “판매 사업부의 부사장은 일부 상품에서 나타나는 손실은 다른 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상쇄되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실험이 반복되면 더욱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대담한 사업가들조차 이 실험에 대한 열정을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거의 반세기 동안 단수 가격은 미신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매상들은 계속 단수 가격을 사용하고 있다. 1980년대에 카너먼-트버스키의 혁명은 심리학적 가격 결정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1987년에서 2004년까지 발표된 여덟 개의 연구에서 단수 가격을 사용하면 반올림된 가격에 비해 판매량이 24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이 수치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판매량의 증가는 눈에 띄지 않는 수준에서 80퍼센트 이상까지 다양했다. 시카고 대학의 에릭 앤더슨과 MIT의 던컨 시메스터의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버전으로 카탈로그를 만들고자 하는 통신판매회사 한 곳을 찾아냈다. 그 회사는 중저가의 여성 의류를 우편 주문을 통해 판매하는 회사였고, 보통 모든 가격이 9로 끝나는 방식을 사용했다. 실험에 사용될 의류는 39달러짜리였다. 실험을 위한 카탈로그에서는 동일한 의류를 각각 34달러와 44달러로 소개했다. 각각의 카탈로그는 이 회사의 이메일 리스트에 있는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보내졌고, 카탈로그를 받은 고객의 수는 동일했다. 실험 결과 39달러라고 했을 때의 의류 판매량이 나머지 두 가격대의 의류 판매량보다 높았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동일한 의류를 34달러일 때보다 39달러일 때 더 많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단수 가격을 설정했더니 판매량도 증가했고, 동시에 판매당 이윤도 증가했다.
단수 가격이 판매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쇼핑객들은 숫자의 끝자리를 대충 잘라내고, 어떤 가격이든 가격의 첫 자리 숫자만 기억한다. 29.99달러와 같은 가격은 이십 몇 달러로 생각되는 반면에 30.00달러나 혹은 그 이상의 가격은 삼 십 몇 달러로 머리에 새겨진다. 이십 몇 달러라는 가격은 삼십 몇 달러보다 훨씬 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