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듣는다

시인의 말

1부
탁자 / 모음을 찾아서 / 상실 / 사각지대 / 나선 계단
배꼽 / 옴파로스 / 줄기세포 / 박물관으로 간 검객
취급주의# 요하는 질그릇 사람 / 아담의 애플
낙타 / 목격 / 배

2부
숲에 내리는 비 / 소쇄원 뒤뜰에서 쑥을 뜯다
느티나무 / 신두리 사구 / 미모사 / 늙지 않는 아내처럼
우포 / 나무 / 대추나무 / 미루나무가 있는 저녁
두 나무 사이의 어워 / 참새의 DNA에는
汽笛소리 / 메주 / 신안 앞 바다
목섬 가는 길 / 홍수

3부
'어'라는 말은 / 꽃을 드리다 / 부싯돌 / 컴퓨터
그대를 듣는다 / 국어사전을 찾다 / 백자철화포도문호
왈츠로 인사하기 / 구름의 편두통 / 소나기 / 낮잠
시원을 그리는 횡단보도 / 손바닥의 고해 / 일식
햇살 크로키 / 무채색

4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피아 / 구름의 전언
性 / 속도의 저항 / 집시파워 / 나쁜 남자
표면장력 / 봄의 遠近 / 내린천 노총각
고래의 언어 / 사나사 / 꽃불 / 길을 가다 / 늦여름

해설 유로와 절제의 변증법
황정산ㆍ문학평론가, 대전대 교수

그대를 듣는다

놋그릇은 숨을 쉰다
두드리고 두드려서 만들어진
붉은 그릇은 아우러진 삶을
소담스레 제 안에 담는다
다소 무거운 예의범절을
인내와 맞물린 일상을
하여도 때로는 훈김 따위에
파랗게 질리기도 한다

가만히 서랍 속에 포개 두어도
기다림을 헤아리다 토라지는
애인처럼 해맑음을 잃어버린
느리게 피를 뿜는 그녀의 심장을
먼 데서 보고 있는 사람아
손을 내밀어 잡을 것인가

일회용이 아니라고
손길 여하에 따라 새로워진다고
그녀는 파리해진 놋그릇 얼굴로
귀를 열고 그대를 듣는다
탁해지면 닦고 다시 닦는
포기하지 않는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