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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190463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25-12-12
책 소개
목차
등장인물 소개 - 004p
나가스 저택 배치도 - 006p
Prologue 1990년, 봄 - 013p
1부 1945~1950년, 수향 - 027p
2부 1945~1950년, 마사키 - 187p
3부 1950~1951년, 남편들 - 339p
Epilogue 1990년, 봄 - 493p
허즈번즈 연표 - 516p
작가의 말 - 520p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물도 물이주게. 물이 흐르멍 길이 나주게.”
수향은 그제야 울음이 가라앉았다.
제주도는 마른 하천이 많았다. 평소에는 하천인지 맨땅인지 구별이 안 갔다. 하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그 하천에 물이 거침없이 흘러 물길을 이루었다. 굉음을 울리며 거세게 흘러가는 물길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물이 길을 낸다는 말에 수향은 위로를 받았다. 아무리 슬퍼도 그 슬픔을 견디면 반드시 길이 생긴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는 조선 사람들에게 삶과 영혼이 찢겨나간 시간이었다.
1945년, 조선 사회는 일본군과 헌병 경찰이 총검과 채찍을 들고 사람들을 탄압하는 거대한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언어와 문화 말살, 잔혹한 폭압, 토지 수탈, 강제징용, 정신대 동원, 창씨개명. 조선의 어린아이들은 “순사 온다”는 한마디에 울음을 뚝 그쳤다.
많은 조선 사람들이 해방에 감격했다. 온 골목과 대로마다 환희의 만세 물결이 끝없이 이어졌다. 일제는 한일합병 전부터 애국가가 한민족의 단결과 독립 정신을 고취한다며 애국가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것을 금지했다. 수향은 국민학교에서 기미가요를 불렀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해방일이 왔건만 그 누구도 오랜 시간 금지된 애국가 가사를 정확하게 외우지 못했다. 사람들은 기억을 더듬으며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맞춰 서툴게 애국가를 불렀다. 3·1 만세 운동 이후로 태극기를 소지하는 것도 금지된 탓에 사람들은 일장기 위에 검은 먹으로 그린 태극기를 들고 흔들었다.
하지만 해방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향은 해방을 실감하지 못했다.
수향은 여전히 해방되지 않았으니까.
양손에 든, 생선과 채소가 미어터질 것 같은 바구니가 그 증거다. 경성 아버지 집에서 지낸 몇 년은 감옥같이 답답하기만 했다. 언젠가는 해방될 수 있을까?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바람처럼.
제주의 바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