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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0790897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09-07-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_ 길은 그립다
안개, 무진, 그리고 순천만 / 김승옥의 〈무진기행〉
비상학이 날아오르다 /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
아! 어머니 / 이청준의 〈눈길〉
바다로 농사지으러 가는 사람들 / 한승원의 〈새터말 사람들〉
강진 사람들의 영랑 사랑 /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인연, 그리고 구계등 / 윤대녕의 〈천지간〉
보길도에서 만난 폭설 /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아, 눈 내리는 세연정 / 윤선도의 〈오우가〉
찾지 못한 마음의 한 자락 / 도종환의 〈미황사 편지〉
2_ 길은 아프다
대흥사 지나 귀신사에서 만난 숨은 꽃 / 양귀자의 〈숨은 꽃〉
비 내리는 청구원 / 신석정의 〈바다에게 주는 시〉
작은 짐승이었다 / 신석정의 〈작은 짐승〉
죽음을 생각해도 죄스럽지 않는 바다, 모항 / 안도현의 〈모항으로 가는 길〉
겨울 내소사 / 장하빈의 〈내소사 단청〉
금호강에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 / 장하빈 시집 《비, 혹은 얼룩말》
질마재 가는 길 /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
3_ 길은 아득하다
님이 침묵하는 시대의 노래 / 한용운의 〈독자에게〉
기룬 것은 다 님이다 /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산에 언덕에 가득한 개망초꽃 /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살며 있는 것이다 / 인병선의 〈생가〉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의 〈향수〉
꼬리 치날리어 세운 산새 걸음걸이 / 정지용의 〈비〉
실레마을의 알싸한 동백꽃 향기 / 김유정 문학촌
청평사 가는 길 / 윤대녕의 〈소는 여관으로 돌아온다, 가끔〉
4_ 길은 고단하다
나에게는 행동의 연속이 있을 따름 / 이육사 생가와 문학관
지조 위에 켠 촛불 한 자루 / 조지훈과 주실마을
‘선택’한 이 시대의 이야기꾼 / 이문열과 두들마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 최인훈의 〈광장〉
경주, 아름답지만 고단한 풍경 / 동리와 목월
5_ 길은 아름답다
바다, 생명, 문학, 그리고 통영 / 백석
백석과 난이의 사랑 이야기 / 백석의 〈통영〉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깃발 / 유치환의 〈깃발〉
사랑하였음에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의 〈행복〉
삼월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 김춘수의 〈처용단장〉
슬픔도 아름답다 /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해동갑하여 흰나비 같네 / 박재삼의 〈봄 바다에서〉
울엄매야 울엄매 / 박재삼의 〈추억에서〉
금산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다 / 이성복의 〈남해금산〉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다 /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
6_ 길은 쓸쓸하다
통제사께서 거기에 계셨다
쓸쓸한 칼의 노래
무덤 아래에 서다
칼은 속수무책이었다
너무 멀어서 끝은 보이지 않았다
하찮음은 끝끝내 베어지지 않는다
무력할 수 있는 무인이기를 바랐다
적들은 모여서 울었다
바다는 문득 고요했다
또한 나의 피도 원할 것일세
내 자연사에 안도했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말 평범한 대상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보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일 수 있음을 배우는 것이 문학기행의 의미다. 아이들은 이미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 '비상학이 날아오르다' 중에서
바다로 경운기를 몰고 가는 아저씨에게 “어디 가세요?” 하니까, 싱긋 웃으며 하는 말. “농사지으러 가지요.” 그렇지. 바다는 어부들의 땅이지. 여긴 그들에게 남겨둬야지. 난 그저 멀리서 바다를, 그리고 그 속의 삶들을 그리워만 하면 그만인 거야. 버스는 아름다운 강진만을 왼편으로 끼고 강진으로 강진으로 달렸다. - '바다로 농사지으러 가는 사람들' 중에서
김유정은 죽기 전 삼 년 동안 폐결핵을 심하게 앓던 상태에서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채만식은 이때의 김유정을 ‘사백 자 원고지 한 장에 오십전의 원고료를 바라고 그는 피 섞인 침을 뱉어가면서 써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받은 원고료를 가지고 그는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유정은 죽었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사람이 밥을 먹은 것이냐? 밥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지.’라고 했다. 김유정 문학촌을 터벅터벅 걸어 나오면서 코끝이 시려왔다. - '실레마을의 알싸한 동백꽃 향기' 중에서
돌아보는 삼천포 시장이 노을에 빨갛게 달아 있었다. 어디선가 ‘돛단배 두엇이 나타나 해동갑할’ 때까지 흰나비처럼 떠다닐 것 같았다. 슬픔도 지극해지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박재삼의 시는 지극히 슬프다. 그런데 슬픔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름답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잡어회를 안주로 하여 소주를 기울였다. 슬픔이 가시지가 않았다. 슬픔조차도 아름답게 승화시켰던 박재삼의 마음이 한없이 그리웠다. - '해동갑하여 흰나비 같네' 중에서
내 왼손에는 흉터가 많다. 눈에 보이는 큰 흉터를 비롯해서 돋보기로 봐야만 보이는 작은 흉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그 흉터로 인해 지금 내가 아픈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흉터는 지나간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분면 흉터가 생길 때는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아픔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모든 아픔과 슬픔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승화시키니까. 따라서 흉터는 나에게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현재의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흉터는 아름답다. - '울엄매야 울엄매' 중에서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기묘한 힘으로 나를 지배했다. 난 내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길을 걸어가는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묘한 안도감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슬픔이나 흉터, 그리고 상처들이 내 몫이 아니라 시간의 몫이라는 깨달음. 그러자 몸을 지배하던 슬픔이나 상처, 흉터들이 허깨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슬픔, 상처, 흉터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에도 신기하게도 그것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내 속에서 숨을 쉬며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건 시간의 몫이었으므로 난 그냥 시간 속으로 걸어가면 그만이었다. -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다' 중에서
왜 오늘을 사는가? 온갖 먼지와 무의미로 점철된 오늘을 왜 버리지 않는가? 나는 그 대답을 항상 통제사에게서 찾는다. 통제사는 나에게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어렵게 찾은 희망조차도 무의미하게 변질시키는 세상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길을 가르친다. 내 무의미한 현재를 규정하는 수많은 껍데기들을 쓸어 담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너머로 던져버려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가르친다. 다른 시대를 살지만 그 실체는 조금도 다르지 않은 세상이 쓸쓸했다. - '또한 나의 피도 원할 것일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