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082877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7-11-22
책 소개
목차
그 형제(헌시) 9
영웅은 없다 11
책속에서
언제나 그렇듯 시계 종소리가 들리고 트럼펫이 울리고 곧이어 영구차들이 느릿느릿 나타났다. 언제나 이 순간이면 꼭 죽을 것만 같았다. 끔찍한 공포로 숨이 멎고 머릿속이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
‘저건 형일 수도 있어. 우리 형 잼미 말이야. 형의 전화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운 것 같아.’
‘내가 어떻게 엄마나 다른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겠어. 내가 군에 지원하기를, 형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줄 뻔히 아는데 말이야.’
‘나는 저 사람들을 실망시킬 뿐이야. 하지만 난 형처럼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걸.’
나는 형의 말이나 십계명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형의 모든 것에 부응할 수가 없었다.
형은 나보다 키가 크다. 어깨도 넓고, 금발이고, 잘생기고, 성격도 밝고, 똑똑해서―그게 명백히 다른 점이다― 잠깐이라도 같이 있으면 나는 그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지고 만다. 우리의 닮은 점을 애써 찾으려 하지 마라. 나를 더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지금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꿀리니까.
그렇다고 형이 언제나 그렇게 잘난 건 아니었다. 창의적인 일에는 약했다. 그게 나보다 고스트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다. 나는 늘 숨을 곳이 필요했으니까.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형이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게 아니라서가 아니었다. 만일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형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올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형이 그것을 보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가 걱정되었다. 엄마한테서 영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형은 버럭 화를 냈다. 그런데 만약 모든 마을 사람들이 형을 칭송하기 시작하면 형이 어떻게 할지 걱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