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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0926883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5-01-20
책 소개
목차
장갑을 사러 간 아기 여우
금빛 여우
여우 이야기
꽃나무마을과 도둑들
농부의 발, 스님의 발
소를 맨 동백나무
도리에몽, 세상을 돌다
옮기고 나서
니이미 난키치 연보
책속에서
그렇습니다. 정말 도둑 두목은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목은 기뻤습니다. 자신은 여태까지 남들의 차가운 시선만 받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짚신 신은 아이는 도둑인 자신에게 송아지를 맡겨 주었습니다.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준 것입니다. 또 이 송아지도 자신을 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자신이 엄마소라도 되는 듯이 옆으로 다가와 몸을 비벼대고 있었습니다. 아이도 송아지도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도둑인 자신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남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일까요.
그로 인해 두목은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그로부터 긴 세월동안 나쁘고 더러운 마음으로 쭉 살아왔습니다. 너무도 오랜만에 두목은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먼지투성이의 더러운 옷을 갑자기 새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두목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 까닭은 바로 그런 연유 때문이었습니다.
-꽃나무 마을과 도둑들 중에서
“먼지가 묻든, 모래가 묻든 먹는 게 도리지. 밥에는 감사해야 마땅한 게야. 버리면 벌을 받는다!”
“밥풀을 버린 정도로 무슨 벌을 받는다고 그러세요.”
노모는 아들이 너무 태연스럽게 말했기 때문에 깜짝 놀라 아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물었습니다.
“밥을 함부로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게냐.”
기쿠지 씨는 여전히 태연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일전에 제가 운화사 스님과 함께 햅쌀을 발로 짓밟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 말을 듣자 노모의 얼굴에서 갑자기 핏기가 사라졌습니다.
“벌을 받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낮은 목소리로 기도하듯 말했습니다.
“벌 따위가 어디 있어요. 나나 스님이나 햅쌀을 이렇게 짓밟았는데, 벌을 받았다면 이 발이 아파야 할 텐데 전혀 아프지가 않아요.”
기쿠지 씨가 말을 내뱉은 순간 그의 왼발에 약간의 통증이 스쳤습니다. 그렇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조금도…’ 라고 말하려는데 이번에는 좀 전의 열 배나 되는 통증이 번개처럼 스쳐갔습니다.
-농부의 발, 스님의 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