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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944603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19-11-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__만남
그 나무
문상
시간은 둥글다
뿌리는 숨은 가지이니
쓸쓸한 물음
제2부__그해
축제
옹이 1
걷는 나무
삶은 푸르다
동일성과 차이
포플라 잎사귀는 포플라를 닮았다
매미 1
코스모스
아담의 고독한 말
세상의 모든 낙엽
11월
단풍나무 유심
거대한 뿌리
삭발
지는 것은 힘이다
제3부_이듬해
개화 전야
부채
숨을 쉬며
황사바람
몇
매미 2
화두
참새와 나무
모순율
사랑인가
사는 일
후회
그때였다
제4부_그 이듬해
그 까치집
시간의 추상화
만일기도도량
비자림(榧子林)
혹성탈출
옹이 2
선악을 넘어서 1
선악을 넘어서 2
나는 누구인가
선택
청동거울
시간은 어디 있나
맨발
부활 1
부활 2
소멸의 창작
노동리 고분에서
노서리 고분에서
따뜻한 집
제5부_그 후
옹이 3
기도
숯
적멸보궁
머나 먼 소식
부활 3
차라투스트라를 보다
칼리 사원
바라나시
마지막 이별
다시 만나다
마왕퇴의 백서(帛書)
에필로그
해설
시에 이르는 시간의 황홀한 오디세이 이성희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상
― 1-1
조등도 상주도 없고
문상객도 없다 그곳엔
아무 일 없었다
매화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이웃들은 그대로 조용하고
책을 끼고 오가는 사람들
시선도 예전처럼 무심하다
아무 일 없는 것이다
수신인 없는
부고만 한 장
임종 전 발송됐고
멀지 않은 전생의 인연으로
나는 매일 그 나무 곁에 와
아직 서 있는 망자에게
문상하고 문안하며
오래 되뇌던 말들을
홀로 문답한다
시간은 둥글다
― 1-2
거대한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흘러내렸다
어느 손의 힘인가
어느 손의 뜻인가
천천히 되돌아
다시 시작되었다
가장 오랜 과거가
가장 먼 미래로 오리라
길 위에서 아직
멈추지 않은 그 나무
긴 앞길의 끝이 휘어져 보인다
지나온 뒤의 길도 휘어져 있다
모래는 돌고
시간은 둥글다
비자림(榧子林)
― 2-26
입구에 발을 디디자 가까운
나무 밑동 곁에 앉았던 뱀이
천천히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은 뱀을 빨아들였고
우리는 뱀의 유혹을 따랐다
팔백년 고인 시간의 늪
무서운 힘이 짙은 안개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그 속에서 어떤 나무는
속이 비어 기브스하고 서 있고
어떤 나무는 산발한 노파처럼 앉아 있었다
이곳에도 새로운 시간이 흘러든다는 건
갓 떨어진 향기로운 열매가 알려준다
들어와도 나가지 못하는
진한 시간의 늪에서
간신히 돌아 나와
숲을 벗어났을 때
머리가 희어지지 않았나
자꾸 살펴보았다
숲 밖에 가로수로 서 있는
어린 비자나무들이
들어갈 때완
아주 다르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