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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91136342
· 쪽수 : 393쪽
책 소개
목차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 경계성 인격장애……21
하워드 휴스(Howard Hughes) / 강박장애……43
앤디 워홀(Andy Warhol) / 저장강박증……69
다이애나 세자빈(Princess Diana) / 신경성 폭식증……93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 우울장애……121
크리스틴 조겐슨(Christine Jorgensen) / 성별 불쾌감(트랜스젠더)……145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 자기애성 인격장애……175
베티 포드(Betty Ford) / 물질사용장애……211
찰스 다윈(Charles Darwin) / 불안장애……241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27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 / 도박장애……295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 아스퍼거 증후군……321
꼬리말……354
감사의 말……358
옮긴이의 덧붙임……364
참고 자료……369
책속에서
경계성 인격장애는 유전성이 강하다. 한 연구에서는 부모나 형제자매 중 경계성 인격장애자가 있으면 본인도 그런 장애를 갖게 될 위험이 서너 배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먼로는 불안정한 혈통을 갖고 있었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고통을 유전적 뿌리와 관련지었다. 먼로는 자서전에서 정신건강 문제와 싸운 “가족 유령들”을 지적했는데, 어머니와 외할머니만이 아니라 외할아버지도 정신병원에서 죽었고, 외삼촌 한 명은 자살했다. 언젠가 먼로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왜 그렇게 괴로워하는지 알고 싶어. 우리 가족이 모두 그랬듯이 나도 미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 경계성 인격장애의 생물학적 토대는 대단히 복잡하고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사회적 유대와 친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이 둘 다 경계성 환자들한테서는 잘 조절되지 않는 듯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 경계성 환자들은 응급실에 자주 실려 오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단골손님’으로 알려져 있고, 그들의 질환은 오랫동안 중독성이고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정말 죽을 작정으로 자살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수없이 자살을 기도한 먼로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단호한 결심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충동적이라고 건더슨은 말한다. 그들은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면 인생은 살 가치가 있고, 아무도 구해주지 않으면 나는 죽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강박장애의 증상들 가운데 가장 흔하고 잘 알려진 것은 거듭 확인하고 거듭 씻는 행동이지만, 증상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책이나 서류나 옷을 특정한 순서로 정리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또 어떤 이들은 문설주를 일정한 횟수로 만지작거린 뒤에야 방에 들어가는 식으로 숫자나 기묘한 의례에 집착한다. …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에 두는 불합리한 방식들을 고안해낸다. … 휴스의 강박장애는 세균 공포증에서부터 옷을 걸 때 치러야 하는 의식, 음식을 내놓을 때 지켜야 하는 순서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그는 세균이라면 몸이 돌처럼 굳을 정도로 무서워했기 때문에, 그에게 서류를 건넬 때는 먼저 손을 씻고 하얀 면장갑을 끼라고 조수들에게 요구했다. 신문은 세 부를 차곡차곡 겹쳐서 갖다줘야 했다. 그러면 휴스는 중간에 끼어 있는, 그래서 가장 깨끗할 것으로 보이는 한 부를 집어 들었다. … 과일 통조림을 열 때도 세 쪽에 걸친 지시 사항에 따라야 했다. 첫 단계에서 도우미들은 우선 비누로 통조림 깡통을 씻은 다음, “맨 위에서 2인치(약 5센티미터) 내려온 곳부터” 북북 문질러 씻어야 했다. 라벨을 물에 적셔서 벗겨내고, 살균한 브러시로 “모든 먼지와 종이 라벨 조각, 그리고 전체적으로 모든 오염원이 티끌 하나 없이 제거될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깡통을 문질러 닦아야 했다. 그렇게 씻은 통조림을 내놓을 때는 또 새로운 규칙에 따라야 했다. 서빙을 하는 사람은 항상 머리와 상체를 통조림 깡통에서 적어도 1피트(약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지게 하고, “절대로 말을 하지 말고, 기침이나 헛기침도 하지 말고, 입술을 전혀 움직이지 말아야” 했다.
워홀은 어떤 것도 버리기가 어려웠다. “나 자신은 원치 않는 물건이라도 그걸 버리는 건 내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1975년에 출간된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말했다. 워홀이 1974년부터 채우기 시작한 610개의 타임캡슐보다 이를 더 잘 예증하는 것은 없다. … 워홀로 하여금 그토록 많은 물건을 수집해서 쌓아두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저장강박증 환자였을까? 아니면 아무리 평범한 물건이라 해도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든 높이 평가하는 안목을 가진 수집가였을까? 많은 점에서 워홀은 두 역할을 모두 아주 능숙하게 살아냈다. … 워홀은 아르데코, 아메리카 인디언의 공예품, 민속예술품, 뒤샹과 맨레이의 작품 등을 놀라우리만큼 많이 수집했다. 하지만 수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주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야말로 저장강박증을 수집벽과 구별해주는 뚜렷한 특징이다. 수집가들은 자기가 모은 물건을 남에게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반면, 저장강박증 환자들은 물건들을 감추어둔다. 이것은 워홀한테도 해당되는 점이다. 그는 방문객을 집에 들이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가 구입한 물건들 중에는 포장을 풀지 않은 것도 있었다”라고 소더비 사의 존 매리언 회장은 워홀이 죽은 뒤 《뉴욕》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1975년에 어느 신문사와 인터뷰할 때 집을 어떻게 꾸며놓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워홀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쓰레기로 꾸몄지요. 종이와 상자들. 나는 무언가를 집에 가져오면 아무 데나 놔두고 다시는 집어 들지 않아요.” … 미술관 직원들이 타임캡슐의 내용물을 분류하여 목록을 만들기 시작한 후, 공처럼 둘둘 뭉쳐진 옷과 직물을 펴야 한 적도 있고, 내용물이 새고 있는 캠벨 수프 깡통과 바싹 말라버린 피자 꽁다리를 발견한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