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1404724
· 쪽수 : 318쪽
· 출판일 : 2014-08-25
책 소개
목차
자서전, 나의 이력서
6남매의 장남 / 새로운 희망 / 신학문의 유혹 / 죽마의 죽음 /대학진학 / 소천과의 교우 / 졸업논문 / 8년만의 귀국 /중동교사 시절 / 극연활동 / 시작(詩作) 활동 / 유치장 생활 /처녀(處女)시작(詩作) / 일본 교육계 시찰 / 액운의 날 /자백강요 / 쓰라린 기억 / 흐르는 눈물 / 독방생활 /검사의 심문 /
판사 앞에서 / 엉뚱한 판결 / 죄수의 승진 /조국의 광복 / 반공활동 / 민중일보 편집국장 / 군정청 공보국장 / 정부수립 전후 / 대통령 공보비서 / 경무대의 6.25 / 신국방의 호언 /국민방위군 사건 / 보도 막고 오해 / 프 여사의 입김 / 검소했던 이박사 / 팬클럽 창설 / 유럽 첫나들이 / 자유문학 시절 / 보람의 52세 / 문협(文協)의 탄생 / 자유문학의 폐간 / 병상(病床)의 시상(詩想) /병상서 모친 임종 / 성북동 비둘기 / 아내도 먼저 가고 / 인생은 나그네
부록1 現代詩와 知性에 대한 管見
부록2 詩에의 登程
어린 시절(時節) / 편력시대(遍歷時代) / 처녀(處女) 시집 『동경(憧憬)』 /해방전후(解放前後) /
『자유문학(自由文學)』과 후기시집(後期詩集)들 /시(詩)와 인생(人生) / 시전집(詩全集)을 내고
김광섭 연보(年譜)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천(宵泉)형과 친구들의 권유로 《극예술연구회》에 가입한 나는 본격적으로 신극운동에 참여했다. 대학시절 애란(愛蘭)의 극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처지로서, 애란의 민족이 그랬었던 것처럼 극예술을 통해 민족혼을 되찾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극예술을 통해 민족의 염원을 표현하고 그 정신으로 하여 한국문예부흥운동의 불씨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때 나와 함께 가입한 회원들로는 박용철(朴龍喆), 이웅(李雄), 유형목(兪亨穆), 임학선(林學善), 현정주(玄正柱), 심재홍(沈載弘), 조용만(趙容萬), 윤태림(尹泰林), 윤정섭(尹正燮), 고장환(高長煥), 조리연(趙履衍), 이무영(李無影), 김희창(金熙昌), 모윤숙(毛允淑), 김수임(金壽任), 김영옥(金映玉) 등이 있었다.
나는야 간다
나의 사랑하는
나라를 잃어버리고
깊은 산 묏골속에
숨어서 우는
작은 새와도 같이
나는야 간다
푸른 하늘을
눈물로 적시며
어둠속으로
나는야 간다.
이 시는 1941년 5월 31일 내가 서대문형무소로 넘어가던 날 종로경찰서 유치장 벽에다 써 놓은 시이다. 그 동안 암기했던 것을 이 기회에 다시 적어본다. 그 날 나는 나라를 잃은 채 눈물을 흘리며 컴컴한 형무소로 끌려가고 말았다.
그날 검사와 나 사이엔 이런 대화가 오갔다.
"황국신민서사는 왜 반대했는가?"
"조선사람들은 일본말을 다 아는 것이 아닌데 일본말 모르는 사람도 붙잡아 세우고 황국신민서사를 읽으라니 감정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아직도 일본말이라 하는가?"
"국어라고 하면 학생들이 웃습니다. 나를 비웃는 것 같아서 일본어라고 합니다."
"조선어 폐지는 반대하는가?"
"반대합니다."
"신문사 폐간도?"
"물론입니다. 신문은 사회의 목탁이요, 우리 한국인들의 의사를 반영해 주는 신문을 없앤다는 것은 곧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을 막아버리는 일이 아닙니까?"
"창씨개명도 반대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만일 일본인들에게 미국식으로 윌리암이니, 존슨이니, 헨리니 하는 식으로 창씨개명을 하라 하면 하겠습니까?"
검사는 순간 이리의 얼굴을 하더니 책상을 치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뭐라구! 이 자식이 못할 말이 없군.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
그와 나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는 다시 입을 열더니 날카롭게 쏘아보며 이렇게 물었다.
"한국의 독립을 희망하지?"
나는 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