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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91931527
· 쪽수 : 238쪽
· 출판일 : 2009-04-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마약을 정부가 전매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농담을 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일본 정부는 그럴 ‘자격’이 있다. 암의 원흉인 담배를 전매하고 공영 도박으로 자릿세를 벌고 주류세로 살을 찌운 어엿한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갱에게 마약의 이권을 건넬 바에는 국가가 오명을 뒤집어쓰고 관리하면 된다. 그리고 이익의 몇십 분의 일쯤을 중독자들의 요양에 환원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마약 상용자를 체포할 자격이 없다. 알코올 중독을 양산하는 형이하학적 주범은 정부다. 범죄자에게 범죄자를 체포할 자격은 없다.
일본의 알코올 실태는 미쳐 가고 있다. 열한시 이후에는 이용할 수 없지만, 거리 곳곳에 온갖 술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다. 위스키, 맥주, 소주, 청주의 광고료는 거대한 방송 수입원이고 주류세는 연간 이조 엔에 달하는 세금 수입이다. 공(公)도 민(民)도 언론도 일환이 되어 ‘마셔라, 마셔라’ 하고 암시를 걸고 있다. 일본의 알코올 중독이 이백이십만 명 정도에 그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일본인 중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전혀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나는 앞으로 알코올 중독이 더욱 늘 것이라 확신한다. -106쪽 중에서
아마 알코올 중독이 되어 가는 단계에서 나만큼 알코올 중독의 실태를 파악한 인간은 거의 없으리라. 하지만 의학적 지식이나 정신병리학적 지식은 끝내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내가 알코올 중독의 자료를 탐하듯이 읽는 이유는 결국 아직 마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간경변이 악화되어 정맥류나 위궤양으로 대량의 피를 토하면서도 여전히 마시는 인간을 책 속에서 찾아 헤맸다.
자료에는 금단 증상인 격심한 환각에 시달려 식칼을 들고 가족을 쫓아다니는 알코올 중독자나,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 때문에 속된 말로 '벌레 잡는 동작'을 되풀이하는 독방 속의 알코올 중독자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안도감과 이런 '짐승만도 못한 알코올 중독자'들이 강 건너편에 있고, 나는 아직 이쪽에 있다는 낙관을 얻고자 나는 연거푸 알코올 중독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결국에는 알코올 중독 책을 안주로 위스키를 들이켜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38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