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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영혼

잠과 영혼

그렉 이건 (지은이), 김상훈 (옮긴이)
허블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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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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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잠과 영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3078808
· 쪽수 : 540쪽
· 출판일 : 2026-03-11

책 소개

『내가 행복한 이유』 『쿼런틴』 그렉 이건 최신 중단편집

“내가 근래 집필한 중단편 중에서도
특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

엄선된 최신작으로 집대성한 21세기 그렉 이건의 결정판
뇌 속 '나'의 탐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로 '나'를 확장하다


허블에서 그렉 이건의 신작 소설집 『잠과 영혼』이 출간되었다. 휴고상, 로커스상, 아시모프상, 필립 K. 딕상, 존 W. 캠벨상 등 세계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하고 15개국에 75종 이상의 책을 펴낸 그렉 이건은, 테드 창과 함께 현대 하드 SF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작가다. 그는 국내외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는데, 소설가 김초엽은 그를 ‘가장 추천하는 작가’로 꼽았으며 영화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영감의 원천’이라 밝힌 바 있다. 또한, 물리학자 김상욱을 비롯한 수많은 독자가 절판되었던 『쿼런틴』의 재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을 만큼 국내 팬심도 탄탄하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성원에 힘입어, 『대여금고』 이후 2년 만에 한국어판 특별 선집 세 번째 책 『잠과 영혼』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엔 그가 21세기에 발표한 작품 중 스스로 “특히 애착을 느낀다”고 밝힌 주요작과 2020년대에 발표한 최신작이 수록돼 있으며, 또한 『잠과 영혼』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그렉 이건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말〉도 포함돼 있다.
전작 『내가 행복한 이유』, 『대여금고』를 비롯하여 그가 20세기에 발표한 중단편들이 인간의 뇌 내부로 파고들어 ‘나’의 정체성을 파헤쳤다면, 『잠과 영혼』을 비롯한 최근 중단편들은 우주라는 거대한 물리 세계로 도약하여 ‘나’의 존재를 확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00년대 이전엔 남편의 뇌를 아내의 자궁에 보관한다는 상상력으로 사랑조차 물질적 조건에 귀속되는 과정을 해부하고(「적절한 사랑」), 수천 명의 뇌 데이터를 모은 인공 뇌로 인간의 감정이 신경 물질의 조합일 뿐임을 드러내는(「내가 행복한 이유」) 작업에 집중했던 그는, 이제 가상 세계를 창조하거나 역사를 비트는 등 우주를 통째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나’의 정의를 확장하며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잠과 영혼』의 첫 번째 수록작 「크리스털의 밤」은 한 억만장자가 광자 크리스털 속에 가상 우주를 창조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AI 인류를 기근과 학살로 내몰아 강제 진화시키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 거시적인 실험은 설령 AI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지성을 가졌다고 할 때, 존재의 생사를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용납될 수 있는지에 묻는다. 이렇듯 AI 우주를 만들어 ‘인간의 정의’를 한계까지 밀어붙임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이번 책의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잠과 영혼」은 '혼수상태를 영혼의 부재'로 간주하는 기묘한 기독교 교리가 뿌리박힌 19세기 미국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철도 노동자는 생매장을 당하게 되는데, 어렵사리 무덤을 파헤치고 집으로 돌아가나 그가 마주한 것은 자신을 악마가 깃든 괴물로 취급하는 부모와 고향 사람들뿐이다. 그는 생존을 위해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애쓰는 한편, 그 스스로도 의식이 단절된 이전과 이후의 자신이 서로 동일한 존재인지에 대해 고뇌한다. 이처럼 대체역사의 틀을 빌려, 우리의 자각 능력만으로는 온전히 증명되지 않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드러내고, 인물의 투쟁을 통해 인간 존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위와 같이 21세기의 그렉 이건은 우주를 조작하는 극한의 사고실험을 통해 '나'의 한계를 시험해, 결국 물질과 의식의 경계에 매몰되지 않는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보여준다. '나'와 우주를 엮는 이 거대한 궤적은 마침내 인간 실존의 가장 깊숙한 곳을 타격한다.

수십 년의 장편 집필로 다져진 그렉 이건의 중단편 미학
인간 실존과 본질을 타협 없이 관통하는 하드 SF의 정수


“『잠과 영혼』 원본에 포함된 2020년대의 작품들은 20여 년에 걸친 꾸준한 장편 집필을 통해 응축된 작가의 생득적인 ‘문학성’이 일종의 임계점에 달해 꽃을 피운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간 한국에 소개된 그렉 이건의 작품은 주로 중단편이었지만, 실제로 그는 장편 집필에 더 공을 들여온 작가다. 외계 지성체가 태양계를 격리했다는 설정의 데뷔 장편 『쿼런틴』부터, 고대 문명이 설계한 구조물이 대재앙으로 이어져 지구가 나선형으로 뒤틀린다는 설정의 최신 장편 『모든 하늘의 책(The Book of All Skies)』에 이르기까지, 그는 데뷔 이후 30년간 쌓은 15편의 장편을 발표했다. 그 집필 경험은 우주적 스케일의 세계관과 서사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여기에 개인적 역량이 더해져 번역가 김상훈의 표현대로 오늘날의 그렉 이건은 ‘문학적 임계점’을 돌파한 상태다.
문학성이 강화됐다고 해서 하드 SF의 엄밀함을 조금이라도 타협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비정할 정도로 정교한 과학적 사고실험을 끝까지 밀어붙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와 존엄의 근거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하드 SF의 엄밀함이 문학적 서사와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 수록작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신혼여행으로 달 여행을 왔다가 지구에 발생한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통신이 두절된 채 고립된 한 여성의 사투를 보여준다. 그는 젖먹이 딸과 살아남기 위해 배신과 죽음이 교차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지구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작품은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의 내면과 황폐한 달의 풍경을 교차시키며, 절망과 고독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존재의 의지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세 번째 수록작 「너 혼자서?」는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하는 뉴럴 링크를 강제 이식당한 네 쌍둥이의 이야기다. 이들은 기억과 감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실험체로 사육되었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공유가 일상이 된 채 살아간다. 타인의 기억이 나의 것과 뒤섞이는 환경에서 성장하며 마주한 근원적 불안과 모호해진 자아의 경계를 파고드는 한편, 집단적 연결망에서 벗어나 고유한 단독자가 되려는 갈망과 그 집단에 대한 애정을 동시에 드러낸다.
네 번째 수록작 「꿈 공장」은 반려동물을 SNS 마케팅 수단으로 착취하고자 전자칩을 이식해 환각을 가하고 본능까지 조작하는 기술이 만연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기술의 기만성에 불쾌감을 느낀 인물은 반려동물의 순수한 꿈속 풍경을 보여주는 어플을 개발하며 생명의 존엄을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기술이 의도와 다르게 역이용되는 과정을 겪으며 인물은, 이 거대한 흐름을 과연 거스를 수 있는지, 동물이 누려야 할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뇌한다.
위와 같이 21세기의 그렉 이건은 고도화된 세계가 사람의 정신 영역을 침범할 때 생기는 실존적 틈을 비추며 인간 실존과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과학적 엄밀함으로 쌓아 올린 그의 이야기는 삶의 밑바닥을 깊이 파고들며 하드 SF만이 가능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

수학적 공리를 세계로 구축하는 가장 ‘이건’다운 상상력
가짜 뉴스와 음모론, 비이성적인 현대 사회를 향한 통찰


“그렉 이건의 서늘한 광기, 그리고 세계의 근간을 해부하는 통찰이 예리하게 살아 있는 완벽한 기록이다.”
― 《로커스》

이번 소설집은 그렉 이건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하드 SF의 정수 또한 담고 있다. 일곱 번째 수록작 「암흑 정수」는 전작 『내가 행복한 이유』에 수록된 중편 「루미너스」의 속편으로, 서로 다른 수학 체계를 가진 두 우주의 충돌을 막으려는 수학자들의 사투를 그린다. 추상적인 수학 공식이 현실을 무너뜨리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설정으로 긴박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여덟 번째 수록작 「방랑자의 궤도」는 타인의 믿음이 물리적인 힘이 되어 사람을 특정 사상에 묶어두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인류의 정신이 뒤섞인 후 대다수는 거대한 신념의 늪에 머무르지만, 주인공은 어디에도 묶이지 않은 채 경계를 떠돈다. 어떤 믿음에도 굽히지 않고 그를 통해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묻는다.
시의적이면서 사회 비판적인 시선도 날카롭다. 다섯 번째 수록작 「크라이시스 액터스」는 과학적 사실보다 자기 확신을 앞세우며 음모론에 빠져드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서늘하게 비춘다.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비밀 모임에 들어간 주인공은 자신이 세상을 속이는 거짓에 맞서고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을 통해, 각자가 믿고 싶은 것만 진실이 되는 시대가 마주한 위태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여섯 번째 수록작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유전자 분석으로 인류의 뿌리를 찾는 유행과 그 뒤에 숨은 속임수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공통 조상 '이브'를 내세워 인류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외치는 단체와 그 화려한 모습에 홀린 사람들을 통해, 작품은 과학적 사실이 대중의 믿음과 만날 때 어떻게 또 다른 신화나 권력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층위의 작품들은 과학이라는 정밀한 렌즈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응시하는 그렉 이건만의 독보적인 시선을 완성한다.

목차

크리스털의 밤 •007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061

너 혼자서? •105

꿈 공장 •173

크라이시스 액터스 •227

미토콘드리아 이브 •267

암흑 정수 •317

방랑자의 궤도 •399

잠과 영혼 •435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들에게 •530

옮긴이의 말 •533

저자소개

그렉 이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1년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서 태어나,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에서 수학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 병원 부속 의학 연구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SF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부터 잡지에 중·단편을 발표하면서, SF계에 돌풍을 일으킨 ‘하드 SF 르네상스’의 대표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장편 데뷔작이자 〈주관적 우주론〉 3부작의 첫 작품 『쿼런틴』(1992)으로 디트머상을, 그 후속작인 『순열 도시(Permutation City)』(1994)로 존 W. 캠벨 기념상·디트머상을, 『비탄(Distress)』(1995)으로 쿠르트 라스비츠상·세이운상을 수상했다. 이후 장편 SF인 『디아스포라(Diaspora)』(1997), 『테라네시아(Teranesia)』(1999), 『실트의 사다리(Schild’s Ladder)』(2001)를 잇달아 발표하며 명실공히 21세기 최고의 하드 SF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립했다.중·단편집으로는 『행동 공리(Axiomatic)』(1995), 『루미너스(Luminous)』(1998), 『오셔닉(Oceanic)』(2009), 『잠과 영혼(Sleep and the Soul)』(2023) 등이 있으며, 「오셔닉」, 「플랑크 다이브(The Planck Dive)」, 「보더가드(Border Guards)」로 휴고상·로커스상·아시모프상·세이운상 등의 저명한 SF 문학상을 수상했다.(홈페이지: www.gregeg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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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옮긴이)    정보 더보기
SF 및 환상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 필명은 강수백이다. ‘그리폰북스’ ‘경계소설’ ‘SF총서’ ‘필립 K. 딕(Philip K. Dick) 걸작선’ ‘미래의 문학’ 『조지 R. R. 마틴(George R. R. Martin) 걸작선』을 기획하고 번역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그렉 이건의 『쿼런틴』 『내가 행복한 이유』 『대여금고』,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숨』,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버트 A.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3부작, 존 그리빈의 『시간의 물리학: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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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들은 인간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직은.
그리고 그가 여기서 마음이 약해져 포기한다면, 앞으로도 결코 대등해지지 못할 것이다.
― 「크리스털의 밤」


누리가 기쁜 듯이 옹알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샤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다. 아이샤는 잠시 흐느꼈다. 지아니를 떠올리며, 칭이를 떠올리며, 참담하게 변했을지도 모를 지구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윽고 아이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딸을 향해 나직하게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서로 눈을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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