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엄마의 보낸편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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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성수반에 잔잔히 성수를 채우고 아들의 빈 방에 들어섭니다. 오늘 하루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벽에 걸린 아들의 모자를 어루만집니다. 박박 깍은 머리에 모자 쓰고 훈련소로 떠나던 날 뙤약볕 쏟아지는 연병장으로 달려가며 청춘의 모든 미련 아낌없이 털어내듯 엄마 손에 건네던 바로 그 모자.

눈물겨운 축제와도 같던 작별의 연병장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던 어느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마음이 아파옵니다. 내가 그때 울었던가요. 울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던 것 같습니다. 이병 아빠가 내 손을 잡아 주었는데 얼음처럼 차갑더랍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부렸지요. 이제 다정이와 다감이에게 밥을 주어야 합니다. 아들의 빈 방을 나서며 습관처럼 중얼거립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오늘 하루도 평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