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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방송연예인에세이
· ISBN : 9791194087755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5-09-01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1장. 기억하고 기록하며
그래도 꽤 괜찮잖아?
언젠가 나의 노래도 텅 빌 테지만
수제비처럼 쓰는 사람
완벽하지 않은 채로 써나가기
카세트테이프 녹음기
애플워치로 능숙하게 악상을 메모할 수 있다면
내돈내산 바른 생활
2020
우리는 끝없는 과정에 놓여 있어
올해의 목표는 대충 하는 것
2장. 음악하는 사람입니다
노래에 물을 주듯
누군가에게 고여 있는 노래
그러니까 넌 나에게 숙제가 되지 마
직업으로서의 창작은 ‘괜찮지 않은 일’
비트 주세요
너의 새로운 기타 스트로크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보리차가 식기 전에 봄날으로 가자
뾰족한 수는 없지만
공회전의 기술
낯선 곳에서 잠드는 것은
어떻게든 뭐라도
개망초 꽃을 좋아하세요?
남기지 않고
3장. 위로가 실패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었지
인세를 보내며
모든 것이 업보
위로가 실패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황망함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티셔츠 연대기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의 맛
무기한 휴간 중인 잡지의 팬으로 산다는 것
당신도 멸종될 수 있다
인터뷰
라디오와 함께한 10년
나의 의사 선생님
행복
에필로그
노래 목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택의 다락에서 예전 일들을 다시금 마주했다. 없어질 뻔했던 옛집이 다시 사람의 손길을 맞아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된 것처럼 지나버린 일도 그렇게 될까? 시간이 지나며 오래된 것이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남기도 하는데 기억도 그렇게 되나 보다. 농담 삼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기억이라는 게 생각보다 약한 것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때로 기억은 엄청나게 힘이 강하기도 하잖아? 그때를 증명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도 누군가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떠오르는 일이 있는 것처럼. (중략) 녹음되지 않은 노래는 사라진다. 연주하지 않은 노래는 희미해진다. 사람이 사는 집은 낡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가 만든 노래와 말들도 매번 지나다녀서 반질거리는 부분이 아닌 곳은 먼지가 앉고 어느새 잊히는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러 가는 만큼이나 지나간 흔적을 만지작거리는 과정에서 문득 다시 깨닫는 것이 늘어난다.
<언젠가 나의 노래도 텅 빌 테지만> 중에서
최근에 많은 창작자가 그러하듯 나 역시 노트를 다시 사용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글씨에서 나의 못난 모습이 너무 많이 보여서 그 내용을 머리에만 정리해 기억했다면, 이제는 그런 망설임을 수집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손으로 쓴 글씨는 지우거나 찢어버리지 않는 한 어쨌든 남아 있을 테니까. 지우거나 찢는 것도 디지털 기기에 쓴 것보다는 어려울 거고.
새로 산 노트북은 구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백스페이스가 반질반질하다. 그래서일까, 자판을 거쳐서 나온 문장은 내가 실제로 망설이고 돌아간 길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의 최단 거리를 알려주는 것 같다. 더 오래 많이 쓰기 위해서는 단어들 사이의 방황과 실패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완벽하지 않은 채로 써나가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