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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2055284
· 쪽수 : 616쪽
· 출판일 : 2010-02-2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은 가을 저녁이었다. 파트리크 네프텔은 어머니에게서 하얀 폭스바겐 폴로를 빌려 프랑수아 1세 거리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며 오랫동안 맛보지 못했던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앙심과 악의를 잔뜩 품은 채 신경질적으로 차를 몰았다.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상황 때문에, 지금 운명을 완성시키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는 파트리크의 태도는 단호했다. 존엄성 회복. 파트리크는 이 기품 있는 운전이 자신의 첫 번째 업적이 되리라 예감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은둔하고 있던 지저분하고 작은 골방에서 벗어나, 근처에 있는 극장처럼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다. 그라는 존재를 편협하게 한정짓는 칸막이벽이 몇 달 전부터 절망적인 상황 속에 그를 가두어놓았다. 차창 밖으로 여러 풍경들, 철탑들, 창고들, 광고판들이 연달아 지나갔다. 늘 그를 작아 보이게 하며, 그를 거부하고 모욕하는 이 세상. 평소에는 그에게 적개심만 안겨주었던 세상이 오늘 저녁에는 그를 향해 문을 열고, 그가 변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 같았다. 하얀 폭스바겐 폴로의 트렁크에는 노란 담요로 싼 무기들이 들어 있었다.
“당신은 당신이 직원용 차량에 앉아 있는 모습을 지사장에게 보이는 게 부끄러웠던 거야. 그게 진실이잖아. 그래서 애들처럼 몰래 새 차를 사려고 서둘러 달려갔던 거야!” 티에리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몇 분 동안 변명을 하던 티에리의 아버지는 결국 이렇게 인정했다. “그래, 직원용 자동차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의 내 직위, 나에게 준비된 미래,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존경심(“내가 하루 동안 얼마나 아첨을 떨어야 하는지 알아?” 티에리의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가 주장했다. “뭐? 당신 지금 나한테 돈 벌어 온다고 위세 떠는 거야? 그럼 집안일에 대한 보수는 얼마인지 말할 수 있어?”)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적이 일어나서 그를 짓누르는 이 부잣집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 이 나이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토록 품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 그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결국 그는 변기에 팬티를 넣고 물을 내려 팬티를 쓸려 보내기로 결심했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팬티를 두 조각으로 찢었다. 어려웠지만, 감옥에 갇힌 죄인들이 탈출하기 전에 탈출에 사용하기 위해 하듯이 두 조각으로 찢었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폭이 넓은 팬티고무줄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속옷을 찢은 결과, 오른손에는 3분의 1로 잘린 하얀 팬티 조각과 고무줄 끈이, 왼손에는 팬티의 나머지 3분의 2 부분이 들려 있었다. 그 중 한 부분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제발……. 잘 되겠지? 잘 되겠지?’ 설사의 소용돌이가 고무줄 끈을 뒤흔들고 뒤엎어, 수면으로 떠올랐다가 몰아내고, 삼켰다가 뱉어내며, 법랑 변기 벽면을 따라 빙빙 돌아 사라졌다. 변기 물이 만들어낸 바다의 소용돌이가 약해졌을 때, 로랑 달은 설사로 물들어 완전히 갈색으로 변한 고무줄 끈이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